“우리 아들딸 위해” 노동개혁 강조 … 5차례 “간곡히 부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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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기 비서실장 등 수석비서관들이 6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담화 발표를 지켜보고 있다. 박 대통령은 담화문에서 노동개혁과 공공부문 개혁, 교육 개혁, 금융 개혁의 필요성을 차례로 강조했다. 앞줄 오른쪽부터 이 실장, 김관진 국가안보실장, 박흥렬 경호실장, 현정택 정책조정실장. [박종근 기자]

6일 오전 10시 청와대 춘추관 2층 기자회견장. 박근혜 대통령이 빨간색 재킷을 입고 연단에 올랐다. 스스로 ‘투자 활성화복’이라고 이름 지은 옷이다. 새누리당 내에선 ‘전투복’이라고도 불린다. 박 대통령은 2013년 7월 관광진흥확대회의에서 ‘투자 활성화복’이라고 명명한 뒤 경제 관련 회의가 있을 때마다 빨간색 옷을 입어왔다.

 박 대통령은 25분간의 담화에서 “후손들을 위해 반드시 가야만 하는 길이다” “지금 해결하지 못하면 미래에 큰 문제로 남는다”며 개혁의 절박함을 표현했다. 특히 노동개혁과 관련해선 “이제 우리의 딸과 아들을 위해 결단을 내릴 때가 됐다”며 “기성세대가 함께 고통을 분담하고 기득권을 조금씩 양보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박 대통령이 대국민담화를 한 건 지난해 5월 19일 세월호 사건 때 이후 1년2개월 만이다.

 청와대는 당초 담화가 20분 정도 걸릴 것이라고 예고했다. 하지만 “호소” “간곡히 당부” 등의 수식어가 등장하면서 실제로 25분이 걸렸다. “간곡히 부탁 드린다”는 표현만 다섯 차례였다.

 담화 내내 박 대통령이 가장 많이 쓴 단어는 ‘경제’(37회)였고 그 다음은 ‘개혁’(33번)이었다. 또 ‘국민’이 29차례였다. 청년 일자리 창출을 강조하다 보니 ‘청년’이란 단어도 14차례 나왔다. A4 용지 14장 분량의 담화문에서 노동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한 부분은 전체의 3분의 1에 달했다.

 담화문 작성은 박 대통령이 휴가를 마치고 업무에 복귀한 지난 3일부터 본격적인 준비에 들어갔다고 한다. 박 대통령이 휴가 직후 대국민담화를 하겠다는 뜻을 참모들에게 밝혔기 때문이다. 각 수석실에서 담화문에 담길 내용들을 올렸고, 박 대통령이 내용을 검토한 뒤 담화 전날인 5일 밤 원고를 직접 다듬었다고 한다. 한 참모는 “원고를 검토하며 해당 수석들과 수시로 통화를 했다”며 “오랫동안 노동개혁을 강조해와 이 분야에선 박 대통령이 전문가 수준”이라고 말했다. 담화 발표장에는 이병기 비서실장, 김관진 국가안보실장 등 청와대 참모진이 배석했다. 성격이 담화인 만큼 국무총리 등 국무위원들은 없었다.

 박 대통령은 담화문 발표 후 춘추관 기자실에 들러 청와대 출입기자들과 인사를 나눴다. 기자실 방문은 세 번째로 박 대통령은 지난 1월 12일 신년 구상 발표 및 내외신 기자회견 뒤, 지난해 1월 6일 내외신 기자회견 뒤 각각 기자실을 찾았다.

 박 대통령은 1시간10분 동안 기자실에서 비보도를 전제로 기자들과 대화를 나눴다.

 당초 청와대는 대국민담화 발표 뒤 박 대통령이 출입기자들과 질의응답을 하는 방안을 검토했다. 그러나 이 방안은 하루 전인 5일 오후 늦게 백지화됐다. 일단 형식이 ‘대국민담화’이지 ‘기자회견’이 아닌 데다 질문을 받을 경우 광복 70주년을 맞는 8·15 행사 등 노동개혁 이외의 현안들이 부각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였다고 청와대 관계자들은 전했다. 실제 박 대통령은 담화에서 재계 총수들에 대한 광복절 특별사면이나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방역 실패에 대한 책임론 등을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글=신용호·남궁욱 기자 novae@joongang.co.kr
사진=박종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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