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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협과 멜로, 예리한 만남 무딘 결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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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13일 개봉하는 ‘협녀, 칼의 기억’의 주인공인 전도연, 이병헌, 김고은(왼쪽부터). [사진 롯데엔터테인먼트]

13일 개봉하는 무협 영화 ‘협녀, 칼의 기억’(박흥식 감독, 이하 ‘협녀’)이 칼끝을 드러냈다. ‘협녀’는 전도연·이병헌·김고은 등 쟁쟁한 배우들이 와이어 검술 액션을 선보이는 것만으로도 화제가 된 작품이다. 특히 ‘50억 협박 사건’ 이후 이병헌의 첫 한국영화 복귀작이라는 점에서 관심을 모았다. 5일 공개된 ‘협녀’는 무협 영화의 외피를 두른 멜로 영화에 가까워 보였다. 이 영화만의 독창적인 액션을 선보인다거나, 한국적 특수성이 가미된 강호의 세계를 창조했다기보다 세 명의 검객에게 현미경을 들이대고 이들의 사랑과 원한, 복수에 집중했다.

 영화는 칼이 지배하는 고려 무신 정권 시대, 검객 홍이(김고은)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홍이는 자신을 키워준 월소(전도연)와 고려 최고 권력가인 유백(이병헌)이 자신의 아버지 풍천(배수빈)을 죽인 원수임을 알고 복수에 나선다. 사실 이 세 명의 검객 사이에는 복잡하게 얽힌 원한의 고리가 있다. 풍천, 유백, 월소는 18년 전 함께 민란을 주도했지만 유백이 배신하면서 풍천이 숨지고 민란이 실패로 끝난 것이다. 이들은 오랫동안 이어온 원한을 끊기 위해 서로에게 칼을 겨눈다.

 ‘협녀’에서 우선 시선을 사로잡는 것은 웅장하고 화려한 미술과 의상이다. 고려 시대의 문헌과 사료가 부족한 것을 메우기 위해 제작진의 상상력이 더해지면서 이국적인 공간이 탄생했다. 액션도 볼 만하다. 대나무숲, 갈대밭, 고궁 등에서 일합을 겨루는 것이 중국 무협 영화의 클리셰이긴 하지만 각 인물의 성격과 특징에 따라 액션을 달리 설계해 관습적으로 느껴지지 않는다. 박흥식 감독이 “‘협녀’의 액션은 감정을 운반하는 도구”라고 강조한 것처럼 배우들이 대부분 직접 액션을 소화하며 한 컷, 한 컷을 공들여 찍었다.

 하나하나 요소별로 보면 장점이 많은 영화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그것들이 물흐르듯 이어져 감정의 격랑을 만들어내지는 못하는 것은 아쉬운 부분이다. 각 인물의 개인사와 역사적 배경을 묘사하지 않은 채 선언적인 대사가 계속되고, 편집은 감정을 툭툭 끊기게 하고 있어 어떤 인물에게도 감정을 이입하기가 쉽지 않다. 세 명의 인물 중 관객을 붙들고 끌고 가야 하는 인물은 가장 능동적인 홍이다. 하지만 홍이의 마지막 선택, 다시 말해 ‘누구에게 왜 칼을 겨눌 것인가’라는 결론에 이르는 장면은 다소 억지스러워보인다. 어쩌면 시대적 공기가 느껴지지 않는 영화에서 대의를 논하고 있는 허무함인지도 모르겠다.

김효은 기자 hyoeun@joongang.co.kr

★ 5개 만점, ☆는 ★의 반 개

★★☆(이은선 기자): 그간 한국영화에 없던 새로운 그림. 기품이 느껴지는 액션이다. 다만 감정이 얽히고설키는 클라이맥스의 설득력이 약한 편. 인물들은 시종 뜨거우나, 그 감정이 온전히 와닿지는 않는다.

★★★☆(지용진 기자): 무협과 멜로의 우아한 앙상블. 화면을 뚝 떼어내 액자로 만들고 싶을 만큼 매력적인 영상미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다만 반전에 대한 설정은 다소 관습적으로 비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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