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부산영화제, 순항 위해 힘 보탤 것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3면

“내 인생에서 계획이라곤 배우 말고는 없었는데, 힘든 시기를 겪고 있는 부산국제영화제에 보탬이 된다면 이 또한 배우로서 보람된 일이라 생각했습니다.”

 배우 강수연(49·사진)은 6일 서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한 달 전 부산국제영화제 공동집행위원장직을 수락한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올해로 20회를 맞는 부산국제영화제는 이용관 집행위원장이 부산시로부터 사퇴 압력을 받고, 영화진흥위원회 지원예산이 절반으로 삭감되는 등 위기를 겪고 있다.

 공동집행위원장 제도는 이용관 집행위원장이 내놓은 영화제 쇄신책 중 하나로, 2007~10년 김동호 명예집행위원장과 이용관 집행위원장 체제 이후 두 번째다. 강 위원장은 아역배우로 시작해 유수의 세계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휩쓸었으며, 98년부터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으로 활동해 왔다. 그는 “취임 한 달이 됐는데, 영화제 내부 파악과 10월 초 개막하는 영화제 준비 때문에 정신이 없다”며 말문을 열었다.

 그는 또 “올해 영화제를 잘 치러내는 것만이 사태 해결방안이라 생각한다”며 “올해는 20회를 맞아 엔터테인먼트 지적재산권 마켓, 아시아 영화 100선 등 특별한 프로그램을 많이 준비했다”고 말했다. 프로그래밍 외압 우려에 대해서는 “영화의 예술적 완성도로 상영작을 선정하는 영화제 방침은 변치 않을 것”이라며 “좋은 영화와 작가를 발굴하는 일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함께 참석한 이용관 집행위원장은 “술 잘 드시는 김동호 명예집행위원장이 떠난 뒤 홀로 술을 마셔야 해 쓸쓸했는데, 김 위원장 못지 않게 술을 잘 마시는 강 위원장이 오셔서 든든하다”고 말해 엄숙했던 분위기를 유쾌하게 만들었다.

정현목 기자 gojhm@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