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 합쳐서 中企 불황 뚫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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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3면

울산시에 위치한 자동차 차체 조립업체 동진기업은 지난해 초 심각한 경영난을 겪었다. 일감도 많지 않은데 부품 공급조차 원활하지 않았다.

부품을 어렵사리 확보하고 나면 보관할 장소가 없어 납품주문을 못받기 일쑤였다.

여기에다 월 2천만원에 가까운 공장임대료는 경영여건을 더욱 악화시켰다. 고민끝에 경영진은 비슷한 처지인 자동차 좌석커버 제조업체 지원과 자동차 유리 조립업체인 카에스물류를 찾아가 공동작업장 신축을 제의했다.

3개 업체에서 30억원을 마련하고 나머지 60여억원은 중소기업정책자금 지원을 받아 공사비를 마련했다. 이렇게 해서 지난해 중반 시내 효문동에 연건평 5천평이 넘는 '효문자동차부품 협동화사업장'이 문을 열었다.

연건평 5천평이 넘는 이곳에서 3개 업체는 작업은 물론 원자재 구매.재고관리까지 공동으로 한다. 이런 과정을 통해 비용을 홀로 경영할 때보다 30%나 줄일 수 있다.

게다가 직원들이 수시로 얼굴을 맞대며 아이디어를 주고받는 부수효과까지 있다. 동진의 박순민 관리부장은 "공동화 작업장 가동 후 원가절감 효과가 35%에 이르고, 업무효율성도 커 올 매출을 지난해보다 30% 정도 늘려잡았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해 동진의 매출은 2001년보다 30%가 늘어난 65억원을 기록했고, 올해는 80억원을 넘을 전망이다. 지원과 카에스물류도 매출이 20%이상 늘었다.

대우인터내셔널 염색가공 부문은 양산과 부산 반여동 염색공장을 내년 3월 부산의 '녹산염색협동화사업장' 부지로 옮긴다. 염색공장의 가장 큰 문제는 어떻게 폐수처리를 하느냐다.

대우의 경우 매월 4천만원에 달하는 폐수처리 비용도 문제지만 폐수처리 과정에서 지역주민과 환경오염문제 등 시비가 끊이지 않아 어려움이 많았다.

하지만 녹산사업장으로 옮기면 21개 업체가 공동으로 폐수를 처리하기 때문에 일단 비용절감 효과가 크다.

또 지역주민과의 알력도 피할 수 있다. 대우의 구영헌 공장이전팀장은 "비용절감 효과가 많게는 50%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며 "다른 업체들과 자연스럽게 협력해 정보공유를 할 수 있어 경영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현재 19개 업체가 입주한 녹산사업장은 내년부터 입주업체들의 원자재 공동구매도 할 계획이다.

녹산사업조합의 장종국 상무는 "업체들이 안정된 조업환경을 확보하고 각종 운영비를 줄여 가격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게 협동화 사업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경기 침체가 계속되자 업체 간 협동화로 불황을 타개하려는 기업이 늘고 있다. 협동화를 하면 투자비와 비용을 줄일 수 있는 것은 물론이고 업체 간 협력으로 얻을 수 있는 경영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중소기업진흥공단에 따르면 5월 말 현재 전국의 2백70여 업체가 73개 협동화 사업장에 이미 입주했거나 준비 중이다.

공단 측은 올해도 1천8백억원을 지원해 기업들의 공동작업장을 늘려간다는 방침이다. 중진공 협동화사업팀의 천병우 과장은 "협동화사업에 참여한 업체 제품의 가격경쟁력과 기술경쟁력이 비참여업체보다 훨씬 뛰어나기 때문에 참여를 의뢰하는 업체가 계속 늘고 있다"고 말했다.

참여하는 기업들의 업종도 다양해지고 있다. 제조업체 뿐만 아니라 정보기술(IT)업체.출판업체들까지 공동투자와 공동작업에 참여하고 있다.

소프트웨어 업체인 이츠오라 등 4개 IT업체는 서울 역삼동에 '3D영상 벤처협동화'작업장 마무리공사를 하고 있다.

6층에 연건평 6백여평인 이 건물이 이달말께 완공되면 영상산업 등 첨단분야 업체들이 입주해 상호 기술 협력을 통한 시너지효과가 클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체공영상시스템 구축업체인 싸이보컴닷컴 측은 지난해 12억원 정도였던 회사매출이 협동화 사업장으로 이전할 경우 10%이상 늘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김영사 등 6개 출판업체는 1999년 경기도 파주에 출판물류협동화사업장을 열어 업체마다 25%씩 투자비를 절감했다.

특히 원스탑 서비스 물류체제가 구축되면서 지난해 공동물류창고 보관량이 1천만부를 넘어서 사업장이 개설되기 전인 1998년(3백60만부)의 3배에 가까웠다. 이로인한 참여사의 매출은 매년 10~40%까지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최형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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