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같은 사람들은 아직도 억양이 어색하지 않나 신경을 곤두세우죠."
이창래의 소설 '영원한 이방인'에 나오는 한국계 미국인 헨리 박의 말이다. 이창래(50)는 서울에서 태어나 세 살 때 미국으로 이민 간 재미작가다. 그는 자신이 미국 사회에서 자라며 이른바 주류사회에 끼지 못한 '이방인'의 느낌을 소설로 표현했다.
1995년 이 소설이 출간되자 평론계는 "미국 사회 내 소수민족의 문제를 사실적으로 묘사했다"며 "앞으로 소수민족에 대한 인식이 바뀌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평했다. 그러나 소설이 출간된 지 20년이 지났지만 재외동포가 느끼는 차별은 달라지지 않았다.
본지가 재외동포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설문 결과 전체 187명 중 125명인 약 67%가 '재외동포란 이유로 차별을 받은 적 있다'고 답했다.
이민 간 나라에서 재외동포들이 느끼는 차별은 여전했다. 이들이 꼽은 차별 원인으로는 '아시아인이다'(60%) '생김새가 다르다'(25%) '현지 언어를 못한다'(5%) 등의 이유였다. 브란돈 김 베세라 게리로(20.멕시코)씨는 "멕시코 한 지역에선 여전히 외국인 출입이 금지된 곳이 있다"고 말했다.
특히 현지에서 태어난 동포들은 정체성에 혼란을 겪는 경우가 많았다. '평소 본인을 한국 사람이라고 생각한 적 있느냐'는 질문에 26.3%가 '한국과 태어난 나라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이방인'이라고 답했다.
이는 '나는 한국인이다'라고 답한 51.1%의 뒤를 잇는 결과였다. 이세진(19.미국)씨는 "처음엔 정체성에 혼란을 겼었다"며 "동양인이라는 이유로 무시받고 현지 친구들 숙제를 대신해준 적도 있다"고 고백했다.한국계란 사실이 언제 가장 뿌듯했는지 물었다. 그러자 환하게 웃으며 "친구들이 싸이에 관해 물었을 때"라고 답했다.
박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