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일 시위에 불화살·엽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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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항일 시위에 불화살이 등장했다. 대한민국 HID특수임무청년동지회 대원 50여 명이 15일 새벽 서울 성북동 일본대사관저 앞에서 불화살을 쏘며 시위를 하고 있다.[연합]

반일 시위 현장에 '불화살'과 '엽총'이 등장해 경찰이 처벌 수위를 놓고 고심하고 있다.

불화살이 등장한 것은 15일 자정쯤 서울 성북 2동 주한 일본대사관저 앞. 북파공작원 출신들의 모임인 '대한민국 HID특수임무청년동지회' 대원 50여 명이 다카노 도시유키 주한 일본대사가 독도가 일본 땅이라고 주장한 데 대해 "사과하라"며 기습 시위를 벌였다.

이들 중 4~5명이 활 형태의 나무에 검은색 타이어 고무로 활 시위를 달아 약 1m 길이의 나무막대(화살) 끝에 휘발유로 불을 붙인 뒤 대사관저를 향해 발사했다. 화살은 수m밖에 날아가지 못했고 경찰이 휴대용 소화기로 불을 꺼 불상사는 벌어지지 않았다.

경찰 관계자는 "이들이 만든 불화살이 인명에 위해를 줄 수 있는 정도의 무기는 아니었으나 자칫 위험한 상황이 될 수 있었다"고 밝혔다. 경찰은 이들이 야간에 불법 시위를 벌인 혐의(집시법 위반)로 사법처리할 방침이다.

이어 이날 오후 3시쯤에도 HID회원 30여 명이 서울 황학동 일본대사관 인근에서 '일본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 반대' 등을 주장하며 경찰과 몸싸움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삽.곡괭이 등 농기구와 사제 폭발물로 추정되는 시위 용품이 압수됐다. 이 단체 오복섭 회장은 시위 도중 승합차 위에 올라가 엽총을 조립하려다 경찰에 빼앗겼다.

경찰 관계자는 "사회적인 반일 분위기 등 국민 감정을 고려할 수밖에 없지만 시위 현장에서 위험한 도구를 사용하면 집시법뿐 아니라 폭력 혐의로 처벌된다"고 말했다. 지난해엔 노동자 시위에서 '볼트너트 새총'을 만들어 경찰에 발사하는 등의 시위를 주도한 노조원이 폭력 등의 혐의로 사법처리됐다.

김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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