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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찜통 더위는 여전한데” 대구시민, 최고 기온 수치에 갸우뚱,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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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이 턱턱 막히는 게 너무 더워요. 그런데 낮 최고 기온을 보면 생각만큼 높지 않은 것 같아요.”

대구시 남구에 사는 주부 정미숙(41)씨는 “여름만 되면 대구 기온이 가장 높은 편이었는데 올해는 그렇지 않다. 체감 온도보다 실제 기온이 더 낮은 것 같다”며 의아해했다.

폭염이 이어지는 요즘 기온을 놓고 대구시민들 사이에 말이 많다. ‘찜통 더위’가 계속되고 있지만 기상 당국이 발표하는 기온이 체감 온도에 미치지 못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적지 않아서다.

왜 그럴까. 기상청 기후 자료에 따르면 폭염이 본격화한 지난달 26일부터 지난 4일까지 열흘간 대구의 낮 최고기온은 33.1∼36.8도였다. 대구기상지청이 위치한 동구 효목동에서 측정한 대구의 대표 온도다.

하지만 동구 신암동 관측소에서 측정한 기온은 33.8∼38.4도로 0.7∼1.6도 더 높았다. 신암동 관측소에서 측정한 기온은 1937년부터 지난 6월 11일까지 대구의 대표 수치였다. 당시 대구기상대(현 대구기상지청)가 이곳에 위치해서다. 하지만 신암동에서 직선거리로 3㎞ 정도 떨어진 효목동으로 이전한 지난 6월 12일부터는 이곳 기온을 대구의 대표값으로 발표하고 있다.

대구기상지청은 동촌유원지에 건립됐다. 신암동이 개발되면서 이전 장소를 찾다가 이곳으로 결정됐다. 인근에 숲이 있고 200여m 뒤에는 금호강이 흐른다. 단독주택이 다닥다닥 붙어 있던 신암동 옛 청사보다는 한결 시원한 곳이다.

이렇다 보니 경북 경주ㆍ영천보다 대구 기온이 더 낮은 경우가 많다. 지난 열흘간 대구보다 높은 기온을 기록한 날이 경주는 9일, 영천은 8일이었다. 이 때문에 현 측정 지점이 대구의 기온을 제대로 나타내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최창환(37·대구 중구)씨는 “대구의 상징은 더위고, 이를 견디면서 인내심도 길러진다”며 “기온에서 존재감이 떨어지니 다소 섭섭하다는 생각도 든다”고 했다.

하지만 대구기상지청은 큰 의미를 두지 않고 있다. 대구 내에서도 주택가ㆍ도로변ㆍ공원 지역 등에 따라 기온이 다르기 때문이다. 대구기상지청 관계자는 “경주·영천 모두 분지형 도시여서 더운 공기가 잘 흩어지지 않는다”며 “여름철 북태평양 고기압의 배치에 따라 대구보다 기온이 높은 지역이 얼마든지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다만 측정 지점이 바뀌면서 이전보다 기온이 낮게 나오는 경향은 있다”며 “앞으로 최소 10년은 지켜보며 기온 데이터를 분석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대구=홍권삼 기자 hongg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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