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 "6·10항쟁은 내 존재의 근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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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盧武鉉)대통령은 10일 "6월항쟁은 내 존재의 근거"라고 말했다. 87년 6.10항쟁의 구심점이던 '민주헌법쟁취 국민운동본부(국본)' 지도부 인사 40여명을 청와대로 초청해 가진 오찬에서다.

盧대통령은 "정부가 항상 3.1운동 정신과 상해 임시정부를 법통으로 언급했지만 나는 6월항쟁의 법통을 갖다붙이고 줄 대려 했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6월항쟁 당시 盧대통령은 국본 부산집행위원장을 맡아 가두시위에 앞장섰다. 그래서인지 이날도 "옛날 생각이 많이 난다"며 "고생을 이어온 분들을 뵈니 그때의 정신과 가치가 현실 속에 살아있다는 것을 느끼고 의무와 부담감을 갖고 노력하고자 하는 마음이 든다"고 했다.

오찬에는 국본 공동대표를 맡았던 고은 시인과 박형규 민주재단 이사장, 전태일 열사 모친 이소선씨와 한승헌 변호사, 문익환 목사의 부인 박용길 장로와 박종철 열사 부친 박정기 유가협 이사장 등이 참석했다. 시민운동가 위주로 초정해 이부영.김근태.이창복 의원 등 국본을 이끈 정치인은 함께 하지 않았다.

이날 서울 성공회 성당에서 열린 기념식에 盧대통령은 메시지를 보내 "4.19혁명과 부마항쟁.광주항쟁에 이어 6월항쟁에서 분출된 민주주의를 향한 국민의 열망이 참여정부를 탄생시켰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러면서 "집단이기주의와 내부 분열로는 희망찬 미래를 기대할 수 없다"고 역설했다.

참석자들은 이날 盧대통령에게 "술을 담글 때도 때가 있듯 개혁은 기회를 놓쳐선 안된다"고 주문했다. 이들은 '시국선언'에서 "새정부 출범 1백일의 정책은 사회적 통합을 이루기보다는 갈등을 부추기는 결과를 낳고 있다"는 비판도 했다.

김성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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