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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기고문

‘처음’이자 ‘마지막’ 올림픽 만들 IOC 총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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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

내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열릴 IOC 총회에서 나는 세계의 주목을 받으며 2022년 겨울올림픽 개최지 이름이 적힌 봉투를 펼쳐보일 것이다.

한국의 평창이 2018 겨울올림픽 개최지로 결정됐던 순간에도 그랬듯, 위원장도 개최지가 어디가 될지 모른다. 그렇기에 나 자신도 개표 결과가 궁금하다. 개최지가 어디가 될지 모르지만 확실히 말할 수 있는 게 있다. 후보지인 카자흐스탄의 알마티와 중국의 베이징이라는 두 도시에 겨울올림픽의 영향이 오래 지속될 것이라는 사실이다.

 IOC 동료 위원들이 어떤 선택을 하든지 이번 결정은 올림픽 역사상 ‘처음’을 기록하게 된다. 베이징은 사상 최초로 여름·겨울 올림픽을 모두 개최한 도시로 등극한다. 알마티는 그 지역에서 최초로 올림픽을 개최하는 영예를 안게 된다.

 반면에 내일의 선택은 올림픽 사상 ‘마지막’을 장식하는 의미도 갖는다. IOC는 지난해 12월 ‘올림픽 어젠다 2020’이라 불리는 개혁안을 통과시켰다. 올림픽 개최지 선정 방식을 대폭 변화하도록 한 것이 골자다. 베이징과 알마티는 이 개혁안이 통과되기 전 유치전에 뛰어든 마지막 후보지들이다.

 이 개혁안은 환경을 위한 지속 가능성, 올림픽의 전통과 투명성을 심화시키는 데 초점을 맞추었다. 개최 후보 도시들이 무리해서 유치전에 뛰어들지 않고 자신들의 상황에 맞게 올림픽 개최를 할 수 있도록 했다. 이에 따라 두 도시 모두 올림픽 어젠다 2020이 제시하는 융통성을 활용해 개최 예산을 절감했다.

 베이징은 2022 올림픽을 통해 겨울스포츠와 문화·여행 산업을 진작시켜 중국 북부 3억 인구에 혜택이 돌아가게 하겠다고 약속했다. 알마티는 카자흐스탄의 겨울 스포츠 유산을 잘 살려 경제·사회 개혁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했다. 2018 평창 겨울올림픽 측 역시 올림픽 어젠다 2020의 개혁을 착실히 따르고 있다는 점에서 나는 평창 겨울올림픽이 성공적일 뿐만 아니라 한국 국민에게 많은 혜택을 드릴 수 있을 거라 확신한다.

 알마티와 베이징 중 어느 도시가 승리를 거머쥐든 2022 올림픽은 역대 올림픽에 견주어 봤을 때 예산을 현저히 줄인 올림픽으로 기억될 것이다. 선수촌이나 경기장을 비롯한 올림픽 경기 인프라에 소요되는 비용을 알마티의 경우 18억5000만 달러(약 2조1580억원), 베이징은 15억 달러로 잡고 있다.

 그 비결은 기존 시설 활용에 있다. 베이징은 ‘새 둥지’라는 애칭의 올림픽 주경기장을 비롯해 2008년 여름올림픽 시설을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알마티도 세계 기록 산실로 유명한 기존 메데우 스케이트 경기장 활용 계획을 밝혔다.

 경기 운영을 위한 예산 역시 크게 절감될 예정이다. 이 비용은 경기 티켓 판매와 마케팅, 스폰서십 등 수익으로 모두 충당될 계획이다. IOC도 약 8억8000만 달러를 지원한다. 이에 따라 이번 겨울올림픽은 손해를 보지 않을 것이며, 오히려 이익을 남길 가능성이 크다.

 IOC가 이 같은 개혁 조치에 나선 것은 올림픽 개최 후보지들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서다. IOC 평가위원회의 개최 후보지 실사 방문의 비용과 복잡성을 줄이기 위해 IOC는 평가위원회 방문에 필요한 모든 경비를 부담했다. IOC 평가위원회는 후보지들을 시험에 들게 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열린 토론을 해서 어떻게 하면 더 지속 가능하고 효율적 방식으로 올림픽을 치러낼 수 있을지를 고민했다.

 이 중심엔 올림픽 어젠다 2020이 제시한 투명성이 자리한다. 개최 후보지를 실사 방문한 IOC 평가위원회의 보고서는 사상 최초로 각 후보지의 개최에 따르는 위험성과 기회를 명확히 병기했다.

 올림픽 어젠다 2020은 IOC가 개최지 선정에 있어 다양성을 중시한다는 신호를 보냈다. 다양성은 올림픽이 지닌 마력 중 하나다. 올림픽 정신을 지키는 데 필수 요소다. 이를 지키기 위해 IOC는 2020 올림픽 개최지 선정 과정에서 여러 비정부기구(NGO)에 인권·노동법 및 언론의 자유와 환경보호에 대한 평가를 부탁했고, 그 결과를 각 후보지에 공유했다. 이를 통해 올림픽헌장에 따라 경기 개최지에서 반드시 지켜져야 할 공정성과 언론의 자유 및 시위 허용의 원칙 등을 각 후보지가 더 잘 지킬 수 있도록 했다.

 이런 과정 끝에 IOC는 알마티·베이징 모두 2022년 겨울올림픽 후보 도시로 손색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평창 이후 4년 뒤 열릴 이 올림픽 유치전의 승자를 예측할 수는 없지만 내일의 IOC 총회가 미래 올림픽 개최지들에 주목의 대상이 될 거라는 점은 분명하다.

2024 여름올림픽 유치 의사를 밝힌 미국 보스턴, 헝가리 부다페스트, 독일 함부르크, 프랑스 파리, 이탈리아 로마 등은 올림픽 어젠다 2020 개혁이 완벽히 시동을 건 후 유치전에 뛰어들게 된다. 내가 내일을 손꼽아 기다리는 이유다.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