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띄우기' 효과는 감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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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종합주가지수가 5개월 만에 650선에 달했지만 개인투자자들의 자금은 증시로 유입되지 않고 있다.

당초 정부는 5.23 부동산대책으로 부동산에 몰렸던 자금과 3백80조원에 달하는 시중 부동자금(만기 6개월 미만 수신 평균잔액)의 상당액이 주식시장으로 들어올 것으로 기대했다.

때를 맞춰 주식시장 활성화를 위해 투신권에 비과세 장기주식형 펀드의 판매도 허용했다. 그런데도 시중자금이 증시로 잘 들어오지 않아 증시 및 정부 관계자들의 고민은 쌓여가고 있다.

◇돈이 안들어온다=정부는 지난달 조세특례제한법을 개정해 주식 편입비율이 60% 이상인 주식형 펀드에 1년 이상 8천만원 한도내에서 투자할 경우 이자.배당소득세를 면제해주기로 했다. 투신사들은 지난달 22일부터 경쟁적으로 비과세 신상품을 개발해 은행과 증권사 지점을 통해 판매에 나섰다.

투신협회에 따르면 5일 현재 13개 비과세 장기주식형 새 상품에 들어온 돈은 3백61억원에 그쳤다. 통상 펀드 하나에도 5백억원 이상의 돈이 들어오는 점을 감안하면 저조한 실적이다.

그나마 은행을 통해 판매하는 SEI에셋코리아와 국민투신운용의 상품만이 1백억원을 넘겼을 뿐 대부분 설정잔액이 10억원 미만인 것으로 나타났다.

LG투신운용 류석윤 상품개발팀장은 "8천만원을 주식편입 비율 70%인 비과세 장기주식형 펀드에 가입하면 연간 세금감면 혜택이 20만원 안팎에 불과하다"며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증시로 자금을 끌어들이기 위해 지난 4월 본격 판매에 들어간 주가연계증권(ELS)도 마찬가지다.

주가가 내려도 원금이 보장되고, 지수가 상승하면 추가 이익을 얻을 수 있는 특장이 있는 상품인데도 지난달 1조6천6백억원 공모에 실제 청약한 금액은 14.2%인 2천3백69억원에 불과했다.

주식시장에 있던 자금도 조금씩 빠져나가고 있다. 투신사의 주식형과 주식혼합형 펀드는 지난달에 이어 이달(2~5일) 들어서도 설정잔액이 줄었다.

또 순수 일반자금(고객예탁금에서 주식미수금 등을 빼고 개인투자자의 순매수 금액을 더해 주식시장 자금 유출입을 나타내는 지표)은 지난달 1조원 가량이 줄었으며, 이달 들어서도 2천3백억원 감소했다.

◇주변여건 다지는 게 시급=LG투자증권 박윤수 상무는 "외환위기 이후 천당과 지옥을 오간 경험 때문에 투자자들이 '원금보장'이나 '비과세'에도 큰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며 "기업 실적이 좋아져 중장기적으로 주가가 꾸준히 올라갈 수 있다는 믿음을 심어주는 게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 주가가 하락할 것에 대비해 보유하고 있지 않은 주식을 팔 수 있는 공매도를 개인투자자들에게 확대하고, 상장지수펀드(ETF)와 같은 파생상품 시장을 확대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KTB자산운용 장인환 사장은 "SK글로벌 사태에 따라 환매에 어려움을 겪었던 투자자들이 투신권에 강한 불신을 갖고 있다"며 "증시로 자금을 끌어들이려면 우선 카드채 시장을 정상화하는 데 힘을 쏟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LG투신운용 류석윤 팀장은 "증시에 세금감면 혜택을 늘리는 것을 생각해봐야 한다"고 밝혔다.

김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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