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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드슨 강변 vs 12차선 도로 위 … 닮은 듯 다른 산업화 유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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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미국 뉴욕 하이라인파크에서 휴식을 취하는 뉴요커들. 뒤로 허드슨강이 보인다. 하이라인파크는 운행이 중단된 고가 철로에 조성한 공원이다. 지난해 500만 명이 찾은 뉴욕 관광 명소가 됐다. [사진 뉴욕관광청]
지난 5월 10일 열린 서울역 고가 개방 행사에서 시민들이 고가 위를 걷고 있다. [중앙포토]

“하이라인파크를 끼고 당신만의 럭셔리 하우스를 마련하세요.”

 지난 5월 미국 뉴욕시 맨해튼 서쪽 하이라인파크를 찾았다. 허드슨 강변을 끼고 이어진 공원 옆 건물 벽면엔 원룸과 사무실의 새 주인을 찾는 부동산 광고판이 즐비했다. 이날 공원은 아시아와 유럽에서 온 관광객들로 넘쳐났다. 공원 입구인 허드슨 야드 옆에선 50층 높이의 대형 쇼핑몰 건설 공사가 한창이었다.

 불과 7년 전만 해도 하이라인파크는 버려진 고가 철로에 불과했다. 철로 주변에선 마약이 거래됐고 성매매가 이뤄졌다. 하지만 2009년 1단계 공사를 마치면서 공원으로 탈바꿈했다. 뉴욕시 도심재생의 랜드마크가 됐다. 지난해 9월 박원순 서울시장이 이곳에서 서울역 고가 공원화 계획을 발표한 건 그런 연유에서다. 박 시장은 당시 “서울역 고가가 서울시를 대표하는 도심재생 사례로 거듭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역 고가 공원화와 뉴욕 하이라인파크는 ‘도심재생’이라는 점에서 닮은 꼴이다. 중림동 방향 고가차도 아래는 노숙자들이 몰려드는 버려진 장소다. 10여 년 전부터는 청소차량 차고지로 사용되고 있다. 하루 유동인구 30만 명 이상인 서울역을 끼고 있음에도 좀처럼 상권이 살아나지 않는다. 서울시는 고가 공원이 완성되고 관광객의 발길이 이어지면 뉴욕처럼 자연스레 주변 상권이 살아날 것이라고 기대한다.

 ‘걷는 맛’이 있는 선형 공원이라는 점도 비슷하다. 파리의 프롬나드 플랑테에서 시작된 선형 공원은 새로운 공원 모델로 자리잡고 있다. 사각형 형태의 기존 공원이 ‘쉼’에 초점을 맞춘 정적인 공간이라면 선형 공원은 걷고 뛸 수 있는 동적인 공간이다. 뉴욕 하이라인파크 방문자는 꾸준히 늘어 지난해 500만 명에 달했다. 9년째 뉴욕을 기반으로 활동하고 있는 최이규(39) 도시계획사는 “산업유산에 걸을 수 있는 공원을 조성해 시민들에게 돌려준다는 측면에서 닮은 꼴”이라고 말했다.

 고가 철로를 공원으로 만든 ‘하이라인의 친구들’ 창립자 조슈아 데이비드(51)를 만나고 난 뒤에는 서울과 뉴욕의 차이점이 보였다. 그는 “하이라인파크는 시민들의 공감대를 기반으로 시작했기 때문에 토대가 탄탄했고 결국 성공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서울시가 주도하는 서울역 고가와 달리 하이라인파크는 시민들이 조성에 나섰다.

  서울역 고가 인근 남대문시장과 봉제공장 상인들의 반발은 여전히 거세다. 이를 감안해 서울시는 다음달 16일까지 ‘ 운영 아이디어 공모전’을 진행한다. 올 초엔 시민들 중심의 ‘고가산책단’도 결성했다.

 허드슨강을 끼고 이어지는 하이라인파크와 다르게 12차선 도로 위에 조성되는 것도 서울역 고가 공원의 단점으로 꼽힌다. 서울시는 경관 조명과 빌딩 숲에 맞는 수목을 활용해 단점을 극복할 계획이다. 승효상 서울시 총괄건축가는 “서울역 고가(17m)는 하이라인(9m)보다 높아 숭례문·서울역 등 서울의 상징물을 내려다볼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조슈아 데이비드는 이렇게 조언했다. “서울시 프로젝트를 전해들었다. 주민들 요구 사항을 우선 듣고 가능한 것과 불가능한 것으로 나눠 구체적인 실행 방안을 들려주는 방식으로 설득하는 게 도움이 될 거다.”

뉴욕=강기헌 기자, 장혁진 기자 emck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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