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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가는 길 - 성균관대] 학생부·자소서·추천서 밀접한 연관성 드러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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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면

2015학년도 성균관대 학생부종합 전형 합격생들이 명륜캠퍼스에 모여 활짝 웃고 있다. 왼쪽부터 한찬양군·유세영양·정동훈군·백은준군. 신동연 객원기자

성균관대는 학생부종합 전형에 면접이 없다. 서류 100%로 학생들을 뽑는다. 제출한 서류는 범죄수사를 하듯 꼼꼼히 살펴본다. 학교생활기록부 속 석차등급과 성적 추이를 읽고, 자기소개서 속 학습 태도의 시기별 변화와 교차해 들여다본다. 지난해 이 전형에 합격한 학생들의 학생부와 자소서, 추천서는 각각의 ‘꿈’ 아래 독립적이면서도 밀접한 연관성을 가지고 있었다.

사교육 없이 수학 개념 공부해 1등급

백은준 사회과학계열 1·성균인재-인문

나는 고교 시절 사교육을 한 번도 받지 않았다. 그래도 국어 1, 영어 1, 수학 1.4, 사회탐구 1등급을 받았다. 학교 수업에만 의존하고 예체능 과목까지 일일이 신경쓰다 보니 수학 모의고사 성적이 50점대로 떨어진 적도 있었다.

 이때 ‘개념은 수학의 기본’이라는 말을 되뇌며 개념을 마인드맵으로 그리는 방식으로 공부했다. 그 결과 2학년 때 전국연합학력평가에서 수학 1등급을 받았다. 이후 모든 과목을 공부할 때 핵심 주제와 관련 내용을 시각화해 주제별로 정리했다. 이렇게 터득한 나만의 공부법을 자기소개서에 자세히 썼다.

 내 꿈은 외교관이다. 고교 학생회 소속 정책자문위원회에서 활동하며 외교관 자질에 대해 깨달았다. 학교 홈페이지를 수정하자는 안건이 위원회에 상정됐다. 위원회 학생들은 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많았고 나도 귀찮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학생회 요청으로 안건이 재상정됐다. 경솔한 생각으로 중요한 일을 그르쳤다는 생각이 들어 자료를 꼼꼼히 준비해 위원회 회원들을 설득했다. 결국 안건이 통과됐고, 학교 홈페이지는 개편됐다. 자기소개서에는 많은 에피소드를 담지 않았다. 한 사례, 한 단어를 써도 구체적으로 썼다. ‘모의고사 성적이 올랐다’는 표현을 ‘2학년 전국연합학력평가 성적이 1등급으로 올랐다’고 바꾸는 식이다.

과학동아리 잡지에 3년 동안 기사 써

정동훈 전자전기컴퓨터공학계열 1·성균인재-자연

성실히 활동한 것 중 전공에 대한 관심과 노력을 보일 수 있는 것을 골라 자기소개서에 썼다. 3년간 과학잡지 동아리에서 활동했다. 한 학기에 한 건씩 기사를 써서 잡지에 게재했다. 관심 많은 디스플레이(Display·데이터를 화면에 시각적으로 출력하는 표시장치)에 대한 기사를 집중 취재해 썼다.

 교내 대회도 이와 연관이 있었다. 2학년 때 ‘디스플레이의 화각 크기에 따른 눈의 피로도 변화’를 보고서로 써 교내 학술보고서 쓰기 대회에 참가했다. 실험도구나 비용이 부족해 직접 디스플레이 변화에 따라 내가 눈을 얼마나 자주 깜박이는지 관찰해 피로도를 측정했다. 수준 높은 실험 결과보다 주어진 여건을 최대한 활용하고 과정을 통해 얻은 경험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교내 활동으로도 관심 분야에 대한 연구와 활동을 충분히 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줬다.

 이공계열이어서 수학·과학 모두 1등급 초반 성적을 유지하도록 노력했다. 하지만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다. 2학년 때 물리가 재미있어 열심히 공부했지만 성적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교과서 속 정의를 하나하나 짚어가며 이해하고 개념과 원리를 다시 복습한 결과 기말고사에서 성적을 올릴 수 있었다. 2학년 때 학교 홍보활동을 했다. 학교 홍보 영상을 만들면서 어렵게 느껴진 편집기술을 친구들의 도움을 받아 배우면서 영상을 완성했던 경험을 자기소개서에 썼다.

영화감독 꿈 향한 동아리 활동 적극

유세영 영상학과 1·글로벌인재-인문

명륜캠퍼스 전경.

내 꿈은 영화감독이다. 지원 서류에 쓴 모든 활동은 고교 시절 꿈을 향한 열정과 노력을 보여주는 데 초점을 맞췄다. 학업에 기울인 노력과 경험을 쓰는 자기소개서 1번 문항에는 많은 지원자가 ‘열심히 공부해 성적이 올랐다’는 내용을 담는다. 나는 영화감독을 꿈꾸는 학생으로서 창의성을 학업에 어떻게 적용했는지 설명했다. 강의식으로 진행돼 지루하게 느껴졌던 사회문화 수업 때 나는 선생님께 주제별 토론수업을 제안했다. 그 결과 재미있게 공부해 성적도 올랐고, 친구들도 관심과 흥미가 높아졌다는 내용이다.

 의미 있는 교내활동을 묻는 2번 문항엔 전형에 맞게 국제 분야와 관련된 활동을 영화와 연관시켜 강조했다. 외국어고 3년 동안 교내 국제동아리에서 활동하면서 외국인 노동자, 탈북자 문제 등에 대해 토론하고 다른 학교 외교동아리와 함께 탈북자 북송 반대서명운동도 했다. 훗날 영화감독이 되면 이런 사회문제를 어떻게 작품으로 만들지에 대한 철학과 가치관을 동아리 활동을 통해 길렀다고 썼다.

 부족한 내신성적은 성적의 변화와 추천서로 일부 만회했다. 성적이 고교 3년 동안 꾸준히 상승곡선을 그린 점을 강조했다. 고교 선생님도 추천서에 ‘열심히 노력해 3학년 모의고사에서 1.5~2등급까지 올렸다’고 써주셨다.

화학동아리 만들어 교과서 내용 실험

한찬양 공학계열 1· 글로벌인재-자연

고교 생활을 성실히 한 학생에게 열린 전형이라고 생각해 성균관대 학생부종합 전형에 지원했다. 작은 활동이라도 꾸준히, 자발적으로, 열심히 했던 점을 자기소개서에 잘 드러내려고 노력했다. 화학동아리와 생물실험동아리 활동은 공학계열을 지원하는 동기가 됐다. 영자신문동아리 활동과 고교 3년간 영어 내신 1등급은 글로벌인재 전형에 지원하는 배경이 됐다. 교외 활동보다 교과 공부, 학급 반장, 교내 봉사동아리 같은 학교생활에 집중한 것이 좋은 평가를 받았다.

 화학을 직접 보고 실험하고 싶어 화학선생님과 함께 교내 화학동아리를 만들었다. 교과서에 나온 실험을 직접 하면서 관찰하는 식으로 공부했다. 영자신문사에서 영어 기사를 쓰고 퇴고하는 과정에서 영어 실력이 크게 늘었다. 덕분에 이공계생으로서 취약할 수 있는 영어에서 3년 내내 1등급을 받았다. 1학년 때 3등급이었던 국어 성적은 2학년 때 2등급, 3학년 때 1.5등급으로까지 올랐다. 내가 교사라는 생각으로 가르쳐 보고 막히는 부분을 집중 공부하면서 성적을 올린 공부 방법을 강조했다. 반장과 청소년적십자(RCY) 활동을 3년 동안 꾸준히 하며 부족했던 점을 반성하고 고쳐나간 점도 보여줬다.

봉아름 객원기자 bong.areu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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