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서 노동시장 선진화 역설한 김무성 … “선거 지더라도 노동개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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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을 방문 중인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26일(현지시간)에도 안보 행보를 이어갔다. 한국전참전기념공원에 이어 알링턴 국립묘지를 방문한 김 대표가 헌화하고 있다. 김 대표는 ‘낙동강 전선의 영웅’인 월턴 워커 장군의 묘에 참배하고 두 차례 큰절을 했다. [뉴시스]

미국 워싱턴을 방문하고 있는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26일(현지시간) “선거에서 지더라도 정치·노동 부문에 대한 개혁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워싱턴 페어몬트 호텔에서 열린 ‘동포언론 조찬간담회’에서 김 대표는 “노조와의 임금 격차 문제로 인해 사회적인 통합이 불가능하다”며 이렇게 강조했다.

 그는 “독일이나 네덜란드처럼 노동개혁과 증세를 추진한 정당이 다음 선거에서 승리하는 일은 역사적으로 없었다”며 “하지만 선거에서 질 각오를 하고서라도 개혁은 추진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독일의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총리가 노동·산업·조세·환경·교육·행정 분야 등 전방위적인 개혁 플랜 ‘어젠다 2010’을 추진하다가 2005년 총선에서 패배한 사례도 소개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당내의 노동개혁 반대론자들을 겨냥해 당 대표로서 의지를 내보인 것이라고 측근들은 전했다.

 특히 노동개혁과 관련해선 현대자동차 노조의 사례를 콕 집어 언급했다. 그는 “쏘나타를 만드는 현대차 공장의 인건비가 한국은 9500만원, 미국 조지아는 6000만원, 중국은 1300만원”이라며 “미국은 한국보다 인건비가 저렴한데도 불구하고 노동생산성이 더 좋다”고 말했다. 이어 “생산성의 차이에 대해 한국의 노조는 ‘미국 공장이 현대화돼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하지만, (실제론) 한국 현대차 노조가 매년 불법 파업을 일삼으며 공권력이 진압하려 하면 쇠파이프로 맞대응한다. 이런 상황을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기업 정규직이 100을 벌면 중소기업 비정규직은 30을 받는다”며 “국민 대타협을 통해 노동시장의 선진화 작업이 이뤄져야 한다”고도 했다.

 정치개혁과 관련, 김 대표는 오픈프라이머리(완전국민경선제) 도입의 필요성도 역설했다. 그는 “정치권에 대한 불신을 잠재우려면 여야가 동시에 도입해야 한다”며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도 사석에선 오픈프라이머리에 동의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당 대표의) 공천권이 아니라 일반 국민이 투표를 통해 후보를 선택해야 한다” “공천을 받기 위해 당 지도부에 충성을 맹세해선 (후보자) 자신의 정치 철학을 유지하지 못한다”는 논리를 폈다.

 방미 이틀째인 이날도 김 대표는 버지니아주 알링턴의 한국전참전용사비와 알링턴국립묘지를 찾는 등 안보 행보를 이어갔다. 알링턴 국립묘지에선 ‘낙동강 전선의 영웅’이자 전 미8군 사령관인 월턴 워커(1889~1950년) 장군의 묘에 참배했다. 김 대표는 한국식으로 두 번 절을 한 뒤 묘비에 묻은 오물을 손수건으로 직접 닦아내며 “소주를 가져왔어야 했는데…”라고 아쉬워했다.

 김 대표 대신 원유철 원내대표가 27일 국회에서 주재한 새누리당 최고위원회의에선 야당 혁신위가 전날 주장한 의원 수 확대에 대해 “국회는 양이 중요한 게 아니라 질이 중요하다. 의원 정수를 늘리기보다는 국가 경쟁력을 높이는 데 집중할 때”(원 원내대표) 등의 비판론이 봇물을 이뤘다.

워싱턴=이가영 기자,
워싱턴지사=김영남 기자 idea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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