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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 정담(政談)] 여의도 달군 3인의 여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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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미국 가는 김무성 … 연설문 수정 또 수정
주말 짜장면으로 때우며 열공
7박 일정 … 케리 장관 회동 추진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25일 출국한다. 워싱턴DC와 뉴욕, LA 등을 방문하기 위해서다. 대표 취임 후 첫 미국 방문이다. 김 대표는 지난 19일, 일요일인데도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에 나와 짜장면으로 저녁식사를 하는 등 시간을 쪼개 방미 준비를 해 왔다. 이달 초 유승민 전 원내대표가 사퇴한 뒤 16일 당·청 회동, 22일 고위 당·정·청 회의, 24일 추경예산안 처리 등 쉴 새 없이 일정이 굴러가는 통에 연설문 등을 제대로 볼 여유가 없어서였다.

 김 대표는 지난주 당 국제국이 준비한 우드로윌슨센터와 컬럼비아대 연설문 초안을 퇴짜 놨다. 대신 국제관계 전문가인 정옥임 전 의원에게 ‘SOS’를 쳤다. 당초 수행 명단에 없었던 정 전 의원은 느닷없이 김 대표의 외교특보에 임명돼 방미길에 동행키로 했다. 김 대표는 정 전 의원 등에게 도움을 받아 연설문을 고치고 또 고치고 있다고 한다. 김 대표는 7박10일의 방미기간 동안 워싱턴에서 에드 로이스 연방 하원 외교위원장과 로버트 워크 국방부 부장관 등을, 뉴욕에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등을 만난다. 존 케리 국무장관과의 회동도 추진 중이다. 워싱턴에선 한국전 참전용사들과 만찬을 하며 방문하는 도시마다 동포 간담회도 연다.

 김 대표의 방미를 두고 일각에선 ‘대권행보’란 해석도 한다. 측근들은 “정당외교 차원에서 오래전부터 잡혀 있던 일정”이라고 말했다. 7월 한 달을 쉴 새 없이 내달렸던 김 대표는 방미라는 ‘휴지기’ 직후 귀국하면 당 대표 임기 2년차를 맞아 내년 총선 준비에 매진한다는 계획이다.

 김 대표의 방미엔 나경원 국회 외통위원장, 김정훈 당 정책위의장, 김학용 비서실장과 김영우 수석대변인, 이군현·강석호·장윤석·심윤조·김종훈·양창영 의원 등이 동행한다. 김 대표는 24일 자신의 지론인 ‘여야 동시 오픈프라이머리(완전국민경선제) 실시’에 대해 새정치민주연합 혁신위가 24일 “경쟁을 가장한 독과점 체제로 기득권 질서만 고착화된다”고 반대 입장을 밝히자 “공천권을 국민에게 돌려드리는 것인데 개혁을 부르짖는 야당에서 반개혁적인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반박했다.

  이가영 기자 ideal@joongang.co.kr

품격 외친 문재인 … “최고위원 막말 그만”
이용득·유승희 설전에 쓴소리
“여야 동시 오픈프라이머리 반대”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는 24일 확대간부회의에서 최고위원들을 향해 “엊그제 비공개 회의이긴 했지만 민망한 상황이 벌어져 최고위원회가 또다시 비판 대상이 된 것은 매우 유감스럽고 부끄러운 일”이라며 “최고위원들께서는 책임과 품격을 각별히 유념해 달라”고 말했다. 지난 22일 비공개 최고위원회에서 정봉주 전 의원의 사면을 놓고 이용득 최고위원과 유승희 최고위원이 막말 을 주고받은 데 대한 쓴소리였다.

 문 대표는 “우리가 의견이 다를 수 있다. 그러나 늘 서로 배려하면서 금도를 지켜야 한다”며 “최고위원직에 걸맞게 책임과 품격을 지켜야 하는데도 최고위가 오히려 당의 지지를 추락시키는 일이 몇 차례 있었다”고도 지적했다. 이어 “최고위는 우리 당의 얼굴 ”이라며 “최고위에서 최고위원들이 하는 말과 행동은 개인으로서가 아니라 당을 대표해서 하는 것이다”고 거듭 강조했다. 막말과 싸우는 제1야당 대표인 셈이다.

 막말 설전의 당사자인 이용득 최고위원은 “문 대표의 말씀을 새겨듣고 앞으로 품격을 지키는 최고위원이 되겠다”고 사과하며 “이제 방법을 달리하겠다. 더 드릴 말씀은 생략하고 시원한 정치가 되는 데 일조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날 문 대표는 정의당 심상정 신임 대표로부터 “힘을 내요 수퍼파워~문 대표님 수퍼파워”라는 노래 격려를 받기도 했다. 심 대표가 당선 인사 겸 문 대표를 예방한 자리였다. 심 대표가 “선거법 개정과 관련해 당론을 정해 달라”고 하자 문 대표는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의 ‘여야 동시 오픈프라이머리’ 제안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문 대표는 “모든 정당에 대해, 또 모든 지역에 대해 일률적으로 강제하는 것은 위헌”이라고 말했다. 이어 “경선이 필요 없는 또는 경선을 하지 않는 것이 더 바람직한 지역도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수용 여부는 정당의 선택에 맡기는 것이 필요하다. 또 현역들에게 유리한 제도이기 때문에 신진들에게 더 기회를 주는 선거법 개정 등이 수반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위문희 기자 moonbright@joongang.co.kr

팬 늘어난 유승민 … 후원금이 쌓이네
원내대표 사퇴 후 보름간 3500만원
“희망을 봤어요” 팬 레터도 답지

요즘 새누리당 유승민 전 원내대표의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로는 후원계좌를 묻는 전화가 쇄도하고 있다고 한다.

 유 의원실 관계자에 따르면 원내대표직을 사퇴한 지난 8일부터 24일까지 보름 새 쌓인 후원금이 3500만원이라고 했다. 10만~20만원 등 소액 후원자도 상당수라고 한다. 한 남성은 의원실로 전화를 걸어 “딸이 아파서 많은 돈은 못 보내지만 유 의원의 정치활동에 보탬이 됐으면 좋겠다”며 10만원을 후원했다. 후원금과 함께 사연을 담은 ‘팬레터’를 보내온 경우도 있다고 한다. 대전시 동구에 사는 50대 남성은 “딸이 왜 그렇게 투표를 열심히 하는지 물을 때마다 ‘너를 위해서’라고 답 하곤 했다”며 “이번 일을 계기로 희망을 보게 됐고, 유 의원이 다음번 어디에 출마하든 아내와 같이 단 하루라도 자원봉사를 하러 가겠다”는 편지를 보내왔다고 한다. “정치는 현실에 발을 딛고 열린 가슴으로 숭고한 가치를 추구하는 것”이라는 사퇴회견문 중 한 대목을 따서 카드를 만들어 보관한 보좌진도 있다.

 비록 19.2%(리얼미터, 10일 발표)로 여권 대선주자 1위까지 치솟았던 지지율은 20일 같은 기관 조사에서 6.3%(여야 대선주자 5위)까지 떨어졌다. 반면 조용한 신드롬은 이어지고 있다. 유 전 원내대표가 당 사회적경제특위 위원장 시절 대표발의했던 사회적경제기본법도 다시 부각되고 있다. 사회적기업·협동조합 등을 육성하는 내용으로 ‘사회주의 법안’이라며 반대하는 의원들이 있지만 내년 총선을 앞두고 외연을 확장한다는 측면에선 검토해볼 만하다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유 전 원내대표 측 관계자는 “당분간 국회 본회의 출석과 국정감사 준비 등 기본적인 의정활동에만 충실하겠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김경희 기자 am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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