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곳곳 주말 반일시위 비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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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 광둥성 산저우에서 중국인들이 반일구호가 적힌 피켓과 오성기를 흔들며 반일시위를 벌이고 있다.

주말인 16일 중국 전역에서 대규모 반일시위가 예정돼 있어 일본의 왜곡 교과서 문제가 촉발시킨 동북아 지역의 긴장이 한층 고조되고 있다. 이번 시위는 17일로 예정된 마치무라 노부타카 일 외무상의 방중에 맞춰 준비된 데다 지난번에 시위가 벌어진 베이징.광저우 등만이 아니라 상하이.홍콩 등에서도 새로 참여할 예정이어서 더욱 대대적인 규모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은 특히 다음달초 5.4 운동 기념일을 앞두고 있어 반일 열기가 한동안 수그러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일본 정부 일각에서 자위대 파견 구상이 나오고 중국내 일본 국민에 대한 보호에 나서는 등 비상이 걸렸다.

◇상하이 시위규모에 관심=특히 초미의 관심사는 중국 최대 도시 상하이다. 국제화된 상업과 금융의 중심지라서 반일시위의 파급력이 그만큼 더 크기 때문이다. 현재 중국내 인터넷에는 상하이 시내를 항일의 물결로 뒤덮자거나 상하이의 상징인 와이탄에 집결해 일본총영사관까지 행진을 벌이자는 등의 격문이 올라와있다. 시위 세력은 일본총리와 일본국기의 화형식 등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상하이의 상징성과 파급력 때문에 시당국에서는 시위를 주도하는 민간단체 대표들을 집중적으로 설득하고 있다. 상하이시 대변인은 반일시위가 열릴 가능성을 주시하고 있다면서 "하지만 아직 공식 집회 신청이 접수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시당국은 또 지난 10일 상하이에서 일어난 일본인 유학생 2명에 대한 폭행 사건에 대해 정치적 동기가 아니라 우발적으로 일어난 일임을 적극적으로 전파하고 있다. 혹 있을 지 모르는 외국인들의 동요를 차단하기 위해 "상하이시는 일본인을 포함해 모든 외국인의 합법적 권익을 보호하는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도 강조했다.

그러나 당국의 이런 '통제'속에서도 휴대폰 메시지와 인터넷 등을 통해 시위가 일어날 장소와 시간이 이미 대부분 시민이 알고 있는 사안이 된 지 오래다. 다만 상황의 변화에 따라 메시지 내용이 다소 달라지고 있다. 시위 참여 의지를 밝힌 일부 시민들은 "시당국도 시민들의 의지를 막을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을테니 현명하게 대처하리라 믿는다"고 말했다. 무리하게 시민들의 시위를 막을 경우 정부에 대한 반감이 생길 가능성이 높고, 그 경우 시위의 성격이 변질될 가능성이 있다는 경고인 셈이다.

특히 푸단대학 등 상하이 소재 주요 대학의 학생들이 가장 적극적이고 조직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대학생들은 "잘못된 역사를 반성하지 않은 일본에 경종을 울려야한다"고 말하고 있다.

◇일본 자위대 파견도 검토=일본 정부는 중국 주재 일본인들에게 시위에 대한 각별한 주의를 당부했다. 상하이를 비롯한 '위험지역'의 총영사관은 15일 홈페이지를 통해 시위 장소 인근에 얼씬하지 말라고 주문했다. 상하이 총영사관은 "안전을 스스로 지키라"며 "기업의 중국인 현지직원을 포함해 중국인을 만날 때 자극할 수 있는 행동을 삼가라"고 요청했다.

일본 국내에서는 특히 자국민 보호를 위해 자위대원 파견 구상까지 나오고 있다. 마치무라 노부타카 일본 외상은 14일 참의원 외교방위위원회에서 중국의 반일 시위와 관련, "대사관 직원이 안심하고 일할 수 있도록 확실한 경비가 어떤 형태로 가능한 것인지 관계 부처와 협의한 뒤 대처하겠다"고 말했다. 마이니치 신문은 마치무라 외상의 이 발언이 주중 일본 대사관의 경비를 위해 자위대원을 파견할 수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했다.

일본계 업체들도 대비를 서두르고 있다. 이미 한 차례 대규모 반일시위가 열렸던 광저우 총영사관에는 14일 주중 일본상공회 안전담당자 12명이 모여 주말 시위의 대처방안을 논의했다. 일본의 대형 유통업체인 이토요카도는 14일 베이징에서 5호점을 열면서 80명의 경비원을 배치했다. 당분간 80명 체제를 운용할 방침이다. 소니 중국법인은 홈페이지에 반일 주장이 쇄도하자 서버를 정지시키기도 했다.

디지털뉴스센터.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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