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도 원화 약세 … 다시 보이는 자동차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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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5면

지난 20일 원·달러 환율이 2년 만에 1150원 선을 넘어선 이후 3일째 1150원대를 맴돌고 있다. 달러당 원화 값이 2년 만에 최저 수준에 이르렀다. 본지가 주요 증권사 6곳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해보니 원화가치 약세 강도에 대한 의견은 달랐지만 “약세 기조가 하반기까지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입을 모았다. 환율 전망은 1200원 선을 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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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인을 들여다 보면 약세 전망이 나오는 이유를 알 수 있다. 올 하반기 금융시장의 가장 큰 이벤트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기준 금리 인상이다. 그리스 사태와 중국 증시 폭락 같은 악재에도 재닛 옐런 연준 의장은 연내 금리를 인상하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기준 금리 인상은 완화적 통화정책의 정상화를 의미한다. 통화량이 줄면 달러화 값은 오르게 돼 있다. 달러화가 강세면 상대적으로 다른 통화는 약세일 수밖에 없다.

 서대일 대우증권 수석연구원은 “한국 경제는 중국 노출도가 큰데 중국 경기 둔화 불안감이 사라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2분기 중국의 경제성장률은 7%를 기록했지만 정부의 부양책이 아니었다면 6%대를 기록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서 연구원은 “2분기 한국 경제성장률도 2.3%로, 2013년 이후 최저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같은 요인이 환율에 반영됐다”고 덧붙였다.

 외국인 투자자가 국내 주식과 채권을 팔고 있다는 것도 원화 약세(원·달러 환율 상승)를 부추기는 요인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이달 들어 외국인 투자금 유출액은 약 2조5000억원으로, 2014년 초 이 후 최대 규모다. 민경섭 현대증권 외화자금팀 이사는 “달러가 강세를 보이자 환헤지용으로 달러를 사들이기 위해 주식·채권을 매도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외국인 유출을 막기 위해 정부가 환율 시장에 적극 개입할 것 같진 않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수석연구원은 “수출 경쟁력 확보를 위해 원화 약세를 허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기대대로 원화 약세가 수출 기업의 숨통을 틔워줄까. 여기서 의견이 갈렸다. 신성인 신한금융투자 수석연구원은 “가격 경쟁력이 회복되고 하반기 세계 경기가 완만하게 개선되면 4분기엔 수출주가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이승훈 삼성증권 책임연구위원도 “그간 원화 강세 때문에 달러 기준 수출 성장에도 원화 기준 수출은 역성장해 왔다”며 “환율 부담이 컸던 자동차업종은 수혜를 볼 것”이라고 말했다.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다. 김대준 수석연구원은 “수출 기업 실적은 원·달러 환율보다 원·엔 환율에 민감하다”며 “엔화 약세로 원·엔 환율은 여전히 기업에 부담스러운 수준”이라고 말했다. 안기태 NH투자증권 연구원도 “환율 덕에 원화 환산 이익은 늘 수 있지만 글로벌 경기가 되살아나지 않는 한 체감할 정도의 수익 개선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원화 가치가 떨어지면 수입 물가가 오르면서 전체 물가를 끌어올리게 마련이다. 하지만 이번엔 그렇지 않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이승훈 책임연구위원은 “원유와 각종 원자재 값이 하락하고 있어 실물 부문의 물가 상승 압력은 크지 않다”고 말했다.

정선언 기자 jung.sune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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