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오프 토론방] 가수 유승준 입국-법리에 충실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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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2천여건의 의견이 답지할 만큼 토론 열기가 뜨거웠다. 절대 다수가 그의 입국에 반대했다. 군장병의 사기 저하와 병역기피 풍조가 만연할 것을 우려한 정당한 조치라는 것이다. 반면 국민 감정에 편승해 개인의 인권을 무시한 처사라며 그에게 사과할 기회를 줘야 한다는 의견도 적지 않았다.

김동선 기자

유승준에 대한 입국금지 조치는 그 자체로 부당하다. 외국의 시민권이나 국적을 취득해 조국의 국적을 상실한 자에 대해 입국금지 조치를 내릴 수 있도록 규정한 입법 사례는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군대를 가겠다고 공언한 유승준이 약속을 위반한 것에 대해 여론이 분노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법을 집행하는 기관은 도덕성이 아니라 법리에 충실해야 한다. '헌법 위에 국민정서 법이 있다'는 말이 다시 우리 사회에서 통용되게끔 행정기관이 부추겨서야 되겠는가.

또 이는 보호받아야 할 인권과 형평성에도 어긋난다. 유승준에 대한 입국금지 조치 이후 단지 미국의 시민권을 취득했다는 이유로 입국을 금지당한 사례가 없다는 점을 보더라도 그 조치가 얼마나 부당하고 가혹한 것이었는가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영주권자들은 한국 사회에서 자신을 드러낼 어떤 수단도 없으며 헌법에 보장된 기본권인 참정권조차 행사할 수 없다.

한번의 실수로 예전의 '아름다운 청년 유승준'으로 돌아오기는 힘들겠지만 조국을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봉사하는 그의 모습을 보고 싶다. 그러기 위해선 그가 이 땅에 들어와서 사죄하고 용서를 구할 기회를 줘야 한다. 그의 국내 활동에 대한 판단은 국민과 팬들의 몫이다. 정부가 나서서 제재하는 것은 온당치 못하다.

신동호(유니원 커뮤니케이션즈/ 상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