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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병락 교수 "한국 경제·정치 100m 달리기 할 때 미국은 격투기 중"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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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한국의 경제ㆍ정치는 100m 달리기를 하고 있어요. 같은 시간 미국에서는 축구나 격투기를 하죠.”

송병락(사진) 자유와창의교육원장(서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의 일갈이다. 각자의 트랙에서 최선을 다해 달려 이기는 게 100m 달리기다. 내가 잘하기만 하면 되는 게임이다. 반면 격투기는 상대방의 행동을 예측해 큰 한 방을 먹이고 때로는 피할 줄도 알아야 한다. 그것이 바로 송 원장이 말하는 한국에 결핍된 ‘전략’이다.

송 원장은 글로벌경쟁력과 전략에 관한 연구를 계속해왔다. 최근엔 세상의 모든 승리 전략을 담은 책 『전략의 신』(쌤앤파커스)을 펴냈다.

책에는 ‘직구가 아닌 변화구로 승부를 보는 전략’, ‘싸우지 않고 이기는 전략’, ‘남의 강점을 융합하는 전략’ 등 총 8가지 전략 이론과 실전편이 담겨 있다. 중국의 『손자병법』이 토대가 됐는데, 다양한 국내외 사례가 담겨 쉽게 읽힌다. 송 원장은 “미국 유학 시절 한국에서 부친 짐이 오기 전 내가 갖고 있던 책이 딱 세 권 있었다. 유일한 한국어 책이 손자병법이었다”며 “한국이 그리울 때마다 그 책을 읽고 또 읽었다”고 회상했다. 그 뒤로 ‘전략’이라는 키워드는 자연스럽게 송 원장의 연구 주제가 됐다.

송 원장은 “개인과 기업, 국가를 승자로 만드는 전략은 이론의 문(文), 전략의 무(武), 성과의 부(富)가 적절히 균형을 갖추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기는 게임인지, 지는 게임인지 큰 틀의 전략은 쌓지 않고 그때그때 전투에만 몰입하는 게 지금 한국 정치ㆍ경제의 모습”이라고 비판했다. 최근 미국 투기자본 엘리엇, 일본 외무성의 독도 정책 등에 우리가 속수무책인 건 제대로 된 ‘전략’이 없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책을 쓰기 위해 송 원장은 경쟁 전략의 창시자인 마이클 포터 교수와 헨리 키신저 전 미국 국무장관, 손자병법 연구가인 중국의 리링 등 해외의 내로라하는 석학들과 만났다. 그는 “현재 세계는 상시 전쟁 시대로 경쟁력있는 전략 없이는 승리할 수 없다”며 “기업에 비유하면 무조건 더 좋은 제품이 아닌 경쟁사보다 장기적으로 더 비교우위가 있는 있는 제품을 내놓는 것”이라고 말했다.

홍상지 기자 hongs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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