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그다드는 아직 무정부 상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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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바그다드는 무정부 상태다. 하루 하루가 불안하다. 상황파악도 안되고 예측은 엄두도 못낸다. 도대체 업무를 할 수가 없다." 어렵게 연락이 닿은 박웅철 주이라크 대리대사는 7일 위성전화 통화에서 바그다드의 어려운 상황을 이렇게 전했다.

미군이 바그다드를 함락한 지 2개월이 지났지만 이라크의 상황은 아직 안개 속이다. 약탈.방화 등 극도의 혼란상황은 진화됐지만 산발적인 전투가 지속되면서 미국의 전후 복구사업 일정에 큰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끝나지 않은 전쟁=지난 4월 9일 바그다드 함락으로 이라크 전쟁은 끝났지만 산발적인 총격 및 교전은 지속되고 있다. 지난 4월 말 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 생일에 팔루자시에서 발생한 후세인 지지.반미시위대에 미군이 발포해 16명의 이라크인이 사망한 이래 미군에 대한 기습 매복 공격이 증가하고 있다. 미군은 지난 11일 동안 팔루자시에서만 12명의 미군이 전사했다고 발표했다.

사태가 악화되면서 폴 브레머 이라크 최고행정관은 지난달 23일 포고령을 통해 6월 1일부터 14일까지를 '불법무기 자진반납 기간'으로 정하고, 15일 이후엔 당국의 허가를 받지 않은 불법무기 소지자들을 처벌할 것이라고 공표했다. 그러나 현재까지 이라크인들은 무관심한 반응을 보여 무기반납실적은 거의 없다.

◆갈팡질팡하는 미 군정=미국 주도의 전후 복구사업도 뜻대로 풀리지 않고 있다. 대부분 이라크 정치.종교세력들은 미 군정이 이른 시일 내에 이라크 복구를 완결하고 철수할 것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미 행정부는 이라크 통치 실권자를 제이 가너에서 폴 브레머로 교체했다. 이라크인들이 미 군정에 적극 호응할 것이라는 초반의 판단착오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그럼에도 수도.전기 등 공공시설 복구 지연과 실업의 증가를 비판하는 민생형 시위는 계속되고 있다.

한편 "미국은 이라크 인사들을 중심으로 과도정부를 구성키로 한 당초 계획을 폐기하고 현재의 미 군정 직접통치를 2년 이상 지속할 것"이라고 워싱턴 포스트 인터넷판이 8일 보도했다. 따라서 이라크인들의 반발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서정민 중동전문기자

*** 바그다드 함락 2개월 일지

4월 9일 함락,후세인 동상 파괴

4월 15일 이라크 지도자 회의 개최

4월 22일 시아파 정치.종교 집회

4월 24일 부시 대통령, "이라크 주둔 2년 정도" 시사

4월 28일 미군 반미시위대 발포 13명 사망, 팔루자

5월 1일 부시 대통령, 종전 선언

5월 6일 폴 브레머, 이라크 행정관 임명

5월 11일 제이 가너 행정관 경질

5월 22일 이라크 유엔경제제재 해제

5월 23일 불법무기반납 포고령 발표

5월 27일 미군 4명 팔루자서 피살

6월 1일 뉴스위크, " 이라크 WMD 정보 날조.과장" 보도

6월 5일 팔루자시, 수류탄 공격 미군 2명 사망

6월 6일 미 군정당국, 대중 선동행위 금지 조치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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