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수 교육 위해 인형 목 베라" IS의 잔인한 10대 길들이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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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IS)은 나에게 인형과 칼을 주면서 인형의 목을 베라고 시켰어요. 하지만 한 번에 잘라지지 않았지요. 세 번 칼질을 했지만 잘 안 됐어요. 그러자 IS대원이 내게 칼을 쥐는 법과 어디를 겨눠야 하는지를 알려줬어요. 그들은 ‘이교도의 머리라고 생각하라’고 했어요.”
이슬람국가(IS) 무장대원들이 어린 소년들에게 인형을 상대로 참수 연습을 시켰다는 충격적인 증언이 나왔다.

AP통신은 19일(현지시간) IS에 납치됐다가 탈출한 이라크 야지디족 소년 야햐(14·가명)와의 인터뷰와 함께 “IS가 점령지역 소년들을 납치해 세뇌시킨 뒤 자살폭탄테러와 체제선전의 도구로 이용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야햐는 지난해 IS에 의해 점령된 이라크 북부 야지디족 마을에서 남동생(10)과 함께 납치됐다. IS는 노인들을 학살하고 주민들을 시리아의 IS캠프로 납치했다. 성인여성과 여자 어린이들은 성노예로 만들었다. 야햐는 남동생과 함께 무슬림 개종을 강요 받았다. 야햐라는 이슬람식 이름도 지어줬다. 형제는 5개월 동안 IS캠프에 억류돼 군사훈련과 이슬람교육을 받았다. 하루 8시간씩 총기를 다루는 법과 참수 교육을 받았다.

IS는 납치한 어린이들을 ‘아쉬발’(아랍어로 새끼사자라는 뜻)이라고 불렀다. '지하드(성전) 전사가 되기 위해 정신력을 강화해야 한다'며 서로 때리게 했다. 야햐는 “남동생을 때리지 않으면 총으로 쏴 죽이겠다”는 협박에 동생의 얼굴을 때려 이가 부러지기도 했다.

야햐 형제는 지난 3월 감시가 소홀한 틈을 타 IS캠프를 탈출했다. IS의 시리아 점령지를 거쳐 러시아 IS대원과 머물게 됐다. 연락이 닿은 야햐의 숙부가 몸값을 내고 형제를 데려왔다. 형제는 이라크 북부 쿠르드 자치지역에서 숙부와 지내고 있다. 야햐는 “너무 무서웠다. 어른이 되더라도 참수를 할 순 없었을 것 같다”고 말했다.

AP통신은 야햐의 사례처럼 IS가 새로운 세대의 교육에 공을 들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장악한 지역의 수니파 혹은 소수민족 어린이들을 타깃으로 장난감이나 먹거리를 주면서 IS캠프에 합류할 것을 유혹하고 있다는 것이다. IS는 지난달 25명의 남자 어린이들이 시리아 병사들을 총살하는 영상을 공개했다. 지난주엔 어린 소년이 시리아군 장교를 참수하는 영상을 최초로 공개하기도 했다.

IS는 점령지역은 물론 난민캠프에 있는 어린이들까지 무차별적으로 끌어들여 살인기계로 만들고 있다. 영국에 있는 시리아인권감시단체는 “올해에만 최소한 16살 미만의 어린이 1100명이 IS캠프에 납치됐고 시리아 내전에 동원돼 52명이 죽었다. 8명은 자살폭탄테러에 동원돼 목숨을 잃었다”고 밝혔다. 터키 샨리우르파의 이슬람 지도자 아부 하프스 나크샤반디는 “IS가 어린 세대들의 머리 속에 극단주의와 테러리즘을 심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동현 기자 offramp@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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