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틴틴 경제] CEO는 왜 연봉이 많은가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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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유명한 투자가인 워런 버핏(72) 버크셔 헤서웨이사(社) 회장은 "최근 5년 동안 미국에서 최고경영자(CEO)에게 부당하게 지급된 돈이 과거 1백년 동안 지급된 것보다 더 많다"고 지적했습니다.

버핏 회장은 올 1분기에만 사상 최고 실적인 17억달러의 영업이익을 내는 등 놀라운 경영 솜씨를 보였지만 보수는 지난해 연봉 10만달러를 포함해 약 30만달러(약 3억6천만원)만 받았습니다.

CEO 연봉은 엄청난 액수 때문에 관심의 대상입니다. 기업들은 왜 CEO에게 많은 돈을 주는 것일까요.

◇CEO는 주주와 계약=CEO를 포함한 경영진들은 법적인 신분부터 근로자와 다릅니다. 경영진은 주주총회에서 주주들로부터 경영을 위임받는 위임계약을 합니다. 그래서 부장이나 팀장에서 경영진인 이사로 승진하면 일단 사표를 내고 다시 위임계약을 하게 되는 것이죠.

고용계약을 한 근로자는 시키는 일만 하게 되지만, 위임계약을 한 경영진은 경영에 대한 포괄적인 권한과 책임을 갖게 됩니다. 따라서 경영진은 경영실적에 따라 보수를 받는 경우가 많습니다.

CEO 연봉이 수직 상승한 것은 1978년 리 아이아코카 열풍에서 출발합니다.

포드 부사장에서 파산위기에 몰려 있던 크라이슬러 사장으로 자리를 옮긴 아이아코카는 취임 당시 36만달러의 연봉을 마다하고 '단돈 1달러만 받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이후 뛰어난 경영성과를 거둔 아이아코카는 수백만달러의 성과급을 받았습니다.

이때부터 미국에서는 능력있는 CEO에 대한 쟁탈전이 벌어졌습니다.

◇천정부지 미국 CEO 몸값=미국의 CEO 중 상당수가 스톡옵션 등을 포함해 1억달러를 넘게 받는 등 미국에서는 CEO 연봉의 인플레가 심합니다. 심지어 수천만달러의 연봉을 받은 경영진이 회사를 망가뜨려 비난을 받은 경우도 있었답니다.

회계부정.탈세 등으로 물의를 일으킨 이 회사의 전(前) CEO와 재무담당 최고임원(CFO)이 8천만달러와 1억3천만달러라는 거액의 연봉을 받았던 것이죠.

미국 월드워치연구소는 스톡옵션을 포함해 미국 주요 기업 CEO의 평균 연봉이 1천92만달러로 제조업 근로자 연봉(3만1천달러)의 3백50배에 달한다고 지적했습니다.

보고서는 미국에서 90년부터 2001년 사이 제조업 근로자의 연봉은 42% 증가하는데 그친 반면 CEO 연봉은 다섯배 이상 올랐다며 지나친 부익부 빈인빈 현상을 우려했습니다.

유럽 등에선 견제=미국과는 달리 유럽에서는 지나친 CEO 연봉에 대해 제동을 걸고 있습니다.

제약회사 글락소스미스클라인의 주주들이 "장피에르 가르니에 CEO가 퇴직할 경우 2천8백만달러를 주는 것은 지나치다"며 회사측의 보상안을 부결시켰습니다.

영국 통신회사 보다폰의 CEO였던 크리스 겐트도 2000년 1천80만달러의 연봉을 받다가 주주들의 항의로 다음해 연봉이 3백80만달러로 깎였습니다.

일본도 CEO 평균연봉이 50만달러로 제조업 근로자의 14배 수준에 그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한국은 낮은 편=월드워치연구소에 따르면 2001년 한국 CEO의 평균연봉은 21만5천달러(약 2억6천만원)로 미국의 8분의1, 일본의 3분의1 수준입니다. 그러나 제조업 근로자 평균연봉의 18배에 달해 일본(14배)보다 차이가 큰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최근 월간 CEO지는 지난해 상장기업 등기이사를 대상으로 조사해본 결과 삼성전자는 등기이사 7명의 평균연봉이 52억원을 넘어서 2001년에 이어 2년 연속 임원 연봉 최고기업으로 꼽혔습니다. 삼성SDI(15억8천만원), CJ(13억9천만원) 등이 뒤를 이었으나 삼성전자와는 격차가 컸습니다.

SK텔레콤은 등기임원 평균 13억원, LG전자는 7억2천만원, 현대자동차는 4억원 정도로 추정됩니다. 그러나 이 수치는 주주총회에서 결정된 임원 보수총액을 등기이사 수로 나눈 것이라 CEO가 실제 받는 금액과는 차이가 날 수 있습니다.

정부에서는 최근 연봉 공개를 추진하고 있지만 재계에서는 "외국과는 달리 CEO 경영능력에 '프리미엄'을 인정하지 않는 풍토에서 연봉 공개는 위화감 조성, 프라이버시 침해 등 부작용이 클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습니다.

김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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