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모양이 예쁘다, 이래야 미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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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결승 1국> ○·김지석 9단 ●·탕웨이싱 9단

제4보(36~50)=우상귀 36의 침입에 37의 단단한 압박은 잡겠다는 의도가 아니다. 일단, ‘아생연후살타(我生然後殺他)’ 내 몸을 먼저 살피고 상대를 잡으러가겠는 뜻.

 그런데 병법의 기본이라고는 해도 시커먼 세력을 형성해놓고 그 안으로 깊숙이 뛰어든 상대를 이렇게 쉽게? 김지석은 싸움의 유전자를 가진 천부의 투사다. 한 호흡의 여유만 줘도 칼바람을 일으키며 유린할 텐데?

 38부터 43까지, 알시 쉽게 정리하는 듯했으나 ‘도마의 신’ 양학선의 공중 비틀기처럼 날아오른 44는 예상하지 못했다. 탕웨이싱도 검토진도. 38, 40으로 붙이고 끊어둔 활용으로, 어떻게 변화한다 해도 차단하는 수단은 없다.

 실시간 인터넷 중계로 이 대국을 해설하던 김성룡 9단이 45를 보더니 ‘흑도 모양이 예쁘네요.’라며 웃는다. 프로들은 ‘모양이 예쁘다’란 말을 좋아한다. 좋은 모양이 효율적이란 경험의 반영이다.

 오래전 조치훈 9단의 청년시절 대국일지를 본 기억이 난다. 실전대국 기보의 빈칸에 간략한 자평을 남긴 것이었는데 그 중에 ‘이래야 미인’이라는 기록을 보고 웃었던 기억.

 여기선 44, 46이 미인이다. 50은 급소이며 ‘참고도’ 흑1 다음 백2로 행마가 풀린다. 김지석의 수읽기가 돋보인 장면.

손종수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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