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조대 손실 회오리 … 대우조선 민영화 다시 삐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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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대우조선해양의 민영화가 또다시 제동이 걸렸다. 실적 악화와 주가 급락으로 기업가치가 크게 떨어졌기 때문이다.

 민영화의 가장 큰 걸림돌은 올 2분기에 반영하기로 한 2조원대 손실이다. 이 소식이 알려진 뒤 대우조선의 주가는 15~17일 사흘간 36.16%(4520원)나 하락했다. 이 기간 산업은행·금융위원회를 합친 정부 측 지분(43.61%) 평가액은 3773억원(1조436억원→6663억원) 줄었다.

 주가가 반등하지 않은 이상 정부는 매각 일정을 늦출 수밖에 없다. 이대로 매각을 추진하면 헐값 매각 논란에 휩싸일 수 있어서다. 금융위는 2013년 금융위 지분(17.15%)를 분리 매각한 뒤 산업은행 지분(31.46%)과 경영권을 매각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조선업 경기가 좋아져 주가가 오르면 제값을 받을 수 있다고 판단해서다. 그러나 2013년 11월 금융위 지분 5%를 주당 3만5550원(총 3402억원)에 장외 대량매도(블록딜)한 뒤 더 이상 지분을 팔지 못했다. 예상과는 달리 조선업 침체로 대우조선의 실적이 나빠지면서 매수 희망자가 나타나지 않았다. 2009년 한화그룹의 매각 포기에 이은 두 번째 실패다. 한화는 2008년 11월 인수가격 6조5000억원을 제시해 대우조선해양 우선협상대상자가 됐지만 이듬해 세계 금융위기 충격으로 인수를 포기했다.

 그럼에도 정부는 대우조선의 경쟁력을 감안하면 매각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봤다. 지난해 실적이 악화한 경쟁사(현대중공업·삼성중공업)와 달리 대우조선은 4711억원의 흑자를 냈기 때문이다. 그러나 2조원대 손실이 반영됐다면 지난해 이미 대규모 적자를 기록했을 가능성이 크다.

 전문가는 대우조선 민영화가 성공하려면 여러 전제조건이 충족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손실을 털어내고 재무구조를 개선하는 일이 급선무다. 정부는 대주주인 산업은행과 최대 채권은행인 수출입은행이 책임지고 자체 구조조정을 추진하도록 방향을 잡았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부실 규모가 예상보다 크면 자율협약이나 워크아웃 같은 고강도 구조조정도 염두에 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세계 수주잔량 1위 조선사라는 강점을 살려 실적을 쌓는 일도 중요하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이번 손실 반영 이슈가 부각되기 전에도 조선업 경기가 좋지 않아 매각이 쉽지 않았다”며 “현재로서는 대우조선 정상화가 우선이기 때문에 지분 매각은 중장기 과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태경 기자 unip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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