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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시’를 산업화하는 기업 등장 … 사생활 보호 대책 마련 시급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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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6호 02면

▶1면 관계기사

“우리 모두는 자신을 감시하는 데 가담하고 있다.” 감시사회 전문가인 데이비드 라이언은 그의 저서 감시사회로의 유혹 에서 일상의 감시를 당연시하는 세태를 지적했다. ‘감시=안전’이라는 등식이 성립하면서 개인의 신분과 위치 정보, 사회관계망은 일상에서 고스란히 노출된다. 길거리를 걷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로그인해 휴가 사진을 올리는 것일 뿐인데도 개인정보는 자연스럽게 노출된다.

 사생활에 의식이 강한 영국·미국에서는 감시연구(surveillance studies)라는 분야가 나올 만큼 CCTV를 비롯한 전자감시 문제를 민감하게 다루고 있다. 편리함에 취해 일상에서 놓치기 쉬운 기술의 맹점과 경각심을 알리는 것이 감시연구의 핵심 과제다. 서울대 산업공학과 조성준 교수는 “홍대 앞을 서성거릴 때 주변 업소에서 마케팅 메시지가 발송되고, 미리 입력해 놓은 이상형의 이성이 등장하면 알람이 울리는 프로그램처럼 위치정보를 활용한 각종 감시 신기술이 늘어난다”고 말했다.

 감시를 산업화하는 기업도 등장한다. 페이스북은 2012년 생체인식 업체 페이스닷컴을 인수하면서 얼굴인식 기술 개발에 뛰어들었다. 얼굴인식 기술은 영상에서 얼굴 영역을 검출하고 정확도를 높이는 소프트웨어다. 페이스북은 눈·코·입 사이의 거리 정보를 이용하는 단순한 기술을 넘어 3D 모델링으로 인식률을 97%까지 끌어올렸다.

 딥페이스 기술을 활용하면 사진·동영상·각도에 상관없이 얼굴을 인지하고, 3차원의 가상 모델로 만들 수 있다. 페이스북의 얼굴인식 기술은 타깃 마케팅을 극대화하는 수단이다. 얼굴로 신원을 파악하고, 연령·성별·취향·친구관계를 분석해 제품을 권한다. 광고매체로서 페이스북의 가치를 높여주는 셈이다.

 디토 랩스(Ditto Labs)는 사진 공유 서비스에 올라온 이미지를 분석해 데이터로 추출한 후 소비자의 행동패턴을 감지한다. 예컨대 사진 속 인물이 레드불을 들고 있다면 성별·연령과 어떤 상황에서 음료를 마시는지 분석하는 식이다. 음료회사는 정보를 바탕으로 타깃 마케팅을 수립할 수 있다.

 구글은 유튜브에 올라오는 영상 데이터를 인식·분석하는 시각지능시스템을 연구하고 있다. 조 교수는 “페이스북의 얼굴인식 기술과 구글 글라스 사례는 이미지 소유권을 둘러싸고 법적 쟁점이 문제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구태언(테크앤로) 변호사는 “신기술로 수집되는 개인정보인 영상·위치·생체정보는 현행법상 개인정보 범주에 포괄적으로 포함돼 있다”며 “민감도에 따라 보호 수준을 달리 적용해 엄격히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민영 기자 lee.mi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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