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10명 중 9명 “나는 중간 이하의 계층” 대구시민 계층 의식, 광역단체 중 최하위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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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6호 01면

지난 14일 오후 2시 대구시 서문시장. 한산한 수선골목의 옷가게엔 찜통더위와 씨름하는 선풍기 소리만 들렸다. 텅 빈 가게를 지키던 차팔문(59)씨. “손님이 북적거려야 할 시간에 개시도 못한다 아입니꺼.” 전기세 아끼려고 에어컨도 못 켠다는 그의 하소연에 맞은편 가게의 이풍시(50)씨가 맞장구를 쳤다. “내 신경질 나 죽겠다. 일할 데가 없어가 총각들은 다 딴 데 가뿌고 없다. 벌어야 장가를 가는데 누가 올라카나. 서울·부산·대구 3대 도시라카더이, 아이다. 이제 대구는 10대 도시도 못 드간다.”

서울대 행정대학원-중앙SUNDAY 공동기획 대한민국 불평등 리포트 <상>

대구 경제의 축이었다는 서문시장에서만 이런 불만을 들은 것은 아니다. 동대구역에서 만난 회사원 고모(38)씨도 열을 올렸다. “섬유 하던 사람들 다 죽어뿌고, 대구 기업 뭐가 있나. 울산은 현대 잠바 입고, 포항은 포스코 잠바 입고, 우리는 입을 잠바가 없다. 최악이다, 최악.”

대구의 2013년 1인당 지역내총생산(GRDP)은 1815만원이었다. 대구를 이끌던 섬유산업이 사양길에 접어든 이래 20년 가까이 이어온 침체다. 전국 1위인 울산(6042만원)의 30% 수준에 불과하다.

주관적 평가도 저조하다. 전반적인 경제 수준과 함께 월 소득·금융재산·주거·교육 등 4개 분야에 대한 스스로의 계층 점수를 ‘1점(하의 하)’부터 ‘9점(상의 상)’까지 매기도록 한 결과 대구 시민은 스스로에게 3.2538점을 줬다. 전국 17개 광역자치단체 중 가장 낮은 점수다. 소득·금융재산·주거·교육 수준에서도 모두 ‘하의 상’인 3점대 초반에 머물러 전국 최하위를 기록했다.

서울대 행정대학원 서베이조사연구센터(센터장 금현섭)가 지난해 실시해 최근 통계 분석을 마무리한 ‘국민인식조사’ 결과다. 전국 성인 남녀 5940명을 대상으로 ‘자신의 사회적 계층이 어디에 속하는가’를 설문한 조사다.

이에 따르면 전반적인 사회계층 평가 1위 지역은 울산(4.7139점)이었다. 광주(4.4756점)·경기도(4.4530점)·제주(4.4073점)가 그 뒤를 이었다. 울산은 4개 분야에서 고르게 높은 점수가 나왔다.

나머지 지역은 분야별 점수가 오르내렸다. 금융재산 면에선 울산(4.2566점)·부산(4.0309점)·충북(3.9992점) 순이었다.

하지만 전국 어느 지역, 어떤 분야에서도 계층 평가 점수는 5점(중의 중)을 넘지 못했다. 전체 응답자 중 자신의 사회적 계층을 ‘중의 하(32.6%)’와 ‘중의 중(31.4%)’이라고 답한 비율이 가장 높았고, 89%는 자신을 ‘중의 중 이하’라고 생각했다. 상대적인 높낮이가 있을 뿐 국민들은 대체로 자신의 사회계층을 중간층 아래로 여긴다는 것이다. 금현섭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중산층과 불평등 인식에 대한 국민 의견을 듣고 정부에 역할 개선을 제안하기 위해 이번 조사를 했다”고 말했다.

▶관계기사 4~5면

대구=홍주희 기자 hongh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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