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판 '그래비티'… ISS 우주 파편 충돌 위기 간신히 넘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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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3년 개봉한 영화 ‘그래비티’에 나오는 우주 파편 충돌이 현실에서 발생할 뻔 했다. 러시아 인테르팍스 등 외신은 3명의 우주인이 체류중인 국제우주정거장(ISS)이 낡은 기상관측위성 잔해와 충돌할 뻔 했다고 1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인공위성의 파편에 충돌해 주인공들이 우주미아가 되는 '그래비티'의 스토리가 현실화될 뻔 한 셈이다.

사건은 이날 아침 10시 30분 발생했다. 우주를 관측 중이던 미국항공우주국(NASA)에서 ISS에 긴급통지문을 보낸 것. '대형 파편이 ISS로 접근중으로 충돌할 가능성이 있다'는 메시지였다. NASA가 예측한 파편 도달하는 시간은 12시 1분. 충돌이 1시간 31분밖에 남지 않은 상황이었다.

일반적인 경우 우주인들은 ISS운영수칙에 따라 우주정거장의 궤도를 수정해 우주파편과 충돌을 피하지만 시간이 너무 촉박했다. 결국 러시아 출신의 겐나디 파달카지휘관과 미카일 코르니엔코 대원, 미국인 스콧 켈리 대원 3명은 서둘러 ISS에 도킹중인 ‘소유즈 TMA-16M’우주선으로 긴급대피했다. 잔해의 궤도가 ISS를 향할 경우 비상 탈출을 위해서였다. 나사의 대변인 제임스 하트필드는 “데이터 분석결과 잔해가 (ISS에) 너무 가까이 근접할 것으로 보였고 정확한 회피기동을 하기는 시간이 부족한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다행히 긴급대피 후 우주잔해의 궤도가 ISS를 피해갈 것으로 판명나며 현실판 ‘그래비티’의 공포는 현실화되지 않았다. 러시아 연방우주청(로스코스모스)은 “ISS가 우주쓰레기와의 충돌 위험에서 벗어나 승무원들에게 우주정거장의 시스템을 정상으로 되돌리라는 명령을 하달했다”면서 “우주인들도 정상 업무로 복귀했다”고 밝혔다. ISS에 근무하는 우주인들이 긴급대피한 건 1998년 ISS가 궤도에 오른 후 이번이 4번째다. 그동안 ISS는 22번 잔해를 피해 궤도를 수정했었다. 이번에 ISS를 위협한 우주쓰레기는 지난 1979년 발사된 옛 소련의 기상관측위성 ‘메테오르-2’의 잔해인 것으로 추정된다. 외신들은 “만약 충돌이 발생했으면 1500억 달러(약 172조)짜리 ISS 국제협력 프로젝트가 수포로 돌아갈 뻔했다”고 평가했다.

정원엽 기자 wannabe@joongang.co.kr
[사진=중앙포토]
1.지난 2012년 2월 우주인 2명이 ISS외부에서 장비를 수리하고 있다
2.영화 그래비티에서 우주파편 충돌로 우주인이 날아가는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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