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노인 등친 부부계주 검거

중앙일보

입력

시골 노인들의 곗돈 수십억원을 빼돌린 계주 부부가 경찰에 붙잡혔다.

경기 화성서부경찰서는 17일 사기 등의 혐의로 정모(57ㆍ여)씨를 구속하고 남편 김모(60)씨를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화성의 한 면소재지에 사는 정씨는 2010년부터 동네 주민 김모(72)씨 등 113명을 번호계에 끌어들여 곗돈을 받고는 되돌려 주지 않는 방법으로 26억여원을 가로챈 혐의다. 번호계는 원래 계원들이 한달에 20만~60만원씩 2~3년간 납입하면 1000만원을 주는 식으로 운영하는 방법이었다. 하지만 곗돈을 받은 순번이 된 계원들에게 “15% 이자를 보태 나중에 주겠다”며 돈을 주지 않았다.

경찰은 정씨 부부가 계원에게 지급하지 않은 곗돈을 다른 번호계에 돌려막는 방식으로 30여개 계를 모집, 96억원 정도를 운용했으며, 빼돌린 돈은 별장을 짓는 용도 등에 쓴 것으로 보고 있다.

피해자 대부분 60∼70대 노인으로 평생 농사를 짓거나 소규모 점포를 운영하면서 모은 돈 2000만~2억4000만원씩 사기당했다. 정씨 등은 경찰 조사에서 “돈을 사적으로 유용한 적이 없다. 별장 등을 짓기 위해 빌린 것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화성=박수철 기자 park.sucheo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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