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해킹 시연 … 스마트폰 카톡 대화 그대로 노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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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정치민주연합 국정원 불법 사찰 의혹 조사위원장인 안철수 의원이 16일 국회에서 스마트폰 ‘악성 해킹코드 감염’ 시연을 하고 있다. 해킹된 스마트폰 화면이 그대로 모니터에 나오고 있다. 안 의원은 시연을 위해 국정원이 이탈리아 업체 ‘해킹팀’에서 구입한 것과 유사한 프로그램을 미리 스마트폰에 심어 놓았다. 왼쪽부터 문재인 대표, 안 의원. [김경빈 기자]

16일 오전 10시30분 새정치민주연합 회의실에서 안철수 의원이 스마트폰을 켜고 카카오톡(카톡) 메신저를 열었다. 안 의원 옆에는 모니터용으로 설치한 50인치가량의 TV 화면이 있었다. 아무 상관없는 화면에 안 의원의 카톡 대화창이 그대로 나타났다.

 당 ‘국정원 불법 사찰 의혹 조사위원장’인 안 의원은 해킹 프로그램을 심으면 외부에서 카톡 대화를 들여다볼 수 있다는 것을 시연하기 위해 국정원이 이탈리아 업체 ‘해킹팀’에서 구입한 프로그램과 유사한 프로그램을 미리 스마트폰에 깔았다. 안 의원이 카톡 대화창에 ‘안녕하세요’라고 적자 옆에 있던 TV에도 그 대화창이 그대로 나타났다.

 안 의원이 스마트폰 카메라를 작동하지 않았는데도 갑자기 TV에선 카메라 기능이 실행됐다. 곁에서 지켜본 문재인 대표가 “오오” 하고 탄성을 질렀다. 시연회에 나온 보안업체 큐브피아의 권석철 대표는 “마음만 먹으면 스마트폰 속에 있는 사진·문서 등 모든 자료를 원격으로 가져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안 의원은 문 대표의 스마트폰을 대상으로 ‘악성코드’ 감염 여부도 확인했다. 문 대표의 스마트폰엔 문서·사진·전화번호·녹음파일 등 모두 7만1000여 개의 파일이 저장돼 있었다. 여기에 해킹 프로그램 같은 악성 프로그램이 심어져 있는지를 검사했으나 발견되지 않았다. 이종걸 원내대표의 스마트폰에는 7000여 개의 파일이 존재했다. 검사 결과 역시 악성코드는 없었다.

 문 대표는 이날 “국정원에서 구입한 불법 해킹 프로그램을 북한 공작원용이 아니라 우리 국민을 대상으로 사용했다는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며 “휴대전화가 국민을 사찰하고 감시하는 단말기이자 몰래카메라가 된 셈”이라고 주장했다. 안 의원은 “이번 조사 과정은 국민의 정보 인권을 확립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황교안 국무총리는 국회 예산결산특위 전체회의에서 “해킹 프로그램 구입 자체가 불법이라고 생각하진 않는다”며 “국정원은 (해킹 프로그램 구입이) 대북 대응과 연구 목적이었다고 답한 걸로 안다. (민간인 도·감청 의혹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글=이지상 기자 ground@joongang.co.kr
사진=김경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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