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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갯속 상주 사이다 사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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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사이다를 마시자고 권한 할머니는 중태입니다."

상주 살충제 사이다 사건을 수사 중인 경북경찰청 한 간부 경찰관의 이야기다. 그는 16일 기자에게 "사이다를 마시지 않고 신고도 하지 않은 할머니는 '그냥 자는 줄 알고 그랬다'고 진술하고, 사이다를 냉장고에서 꺼내서 권한 할머니는 사이다를 똑같이 나눠 마시고 쓰러져 버렸다"고 말했다. 수사 선상에 올릴 만한 딱 떨어지는 인물이 없다는 뜻이다.

이렇게 경찰의 수사는 안갯속에 빠졌다. 사건 발생 3일이 지났지만 뚜렷한 범행 동기조차 밝혀내지 못했다. "화투를 치면서 가끔 다퉜다" 는 등 소문 수준의 얘기만 나돌 뿐 명확한 게 없다. 주민 대부분 65세 이상이어서 이 소문마저 오락가락이다.

주민 3명당 경찰관 2명씩을 전담시켜 사건 발생 당일 행적을 다 살피고 진술까지 받고 있지만 나오는 게 없다. 살충제를 찾기 위해 지난 14일부터 40명의 경력을 투입, 사흘째 마을 전체를 뒤지고 있지만 발견된 것은 살충제 사이다 뚜껑으로 쓰인 음료수가 일부 주민 집에 있다는 게 전부다. 살충제처럼 딱 떨어지는 증거물은 전혀 없다.

외부인을 대상으로 한 수사도 지지부진하다. 경찰은 지난 14일 오전 7시부터 오후 3시까지 마을에 드나든 차량ㆍ오토바이ㆍ자전거 20여 대를 따로 추려 운전자를 추적하고 있다. 하지만 이 또한 뾰족하게 나오는 건 없다.

사건 발생 3일째인 16일 경찰의 수사 계획은 크게 3가지다.

우선 마을 수색·탐문과 외부인 차량 차주 추적을 계속한다. 냉장고에 있던 다른 음료수에 독극물 성분이 있었는지 검사 결과도 이날 오후까진 받을 예정이다. 의식을 차린 신모(65) 할머니도 만나 당시 상황을 다시 들을 예정이다.

살충제 사이다를 마신 할머니들의 상태는 여전히 좋지 않다. 6명 중 1명이 사망했고 3명은 아직 의식조차 없다. 이 중 나모(90) 할머니는 위독한 상태다.

할머니 6명은 지난 14일 경북 상주시 공성면 금계1리 마을회관에서 냉장고에 있던 사이다를 마시고 쓰러졌다. 전날 초복 마을잔치 때 나눠 마시고 남은 1.5L짜리 사이다였다. 할머니들이 쓰러진 이날엔 사이다 뚜껑이 다른 음료수 뚜껑으로 바뀌어 있었다.

대구=김윤호 기자 youkno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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