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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조 내놔라"…여객기 격추한 우크라이나 반군 사령관 소송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이고르 기르킨 [AP=뉴시스]

우크라이나 동부지역에서 활동하는 친 러시아 반군 사령관 이고르 기르킨이 지난해 격추된 말레이시아항공 MH17의 유족들로부터 9억달러(1조 341억원)짜리 소송을 당했다고 영국 텔레그래프가 1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우크라이나 반군은 지난해 7월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을 떠나 말레이시아 콸라룸푸르로 향하던 말레이시아 여객기 MH17기(보잉777기종)에 러시아제 SA-11 부크 미사일을 쏴 격추시킨 혐의를 받고 있다. 당시 탑승 중이던 승객과 승무원 등 298명 전원이 사망했다. 사고 직후 발사된 미사일이 기르킨과 관련됐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반군 측은 “우리는 우리 상공을 비행하지 말라고 경고했었다”고 소셜미디어를 통해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이후 반군은 공식적으로 격추 사실을 부인하고 있다.

이번 소송은 18명의 유족들이 대표로 미국 시카고에서 제기했다. 유족들은 소장을 통해 “반군 측이 상공에 비행 중이던 항공기를 격추했다는 증거가 많이 있다”며 “기르킨이 미사일 발포 명령을 내렸거나 발포 명령을 내린 이를 지휘하고 있었기에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러시아 정부와의 연관성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격추에 사용된 미사일이 러시아제로 추정되는 만큼 러시아의 책임도 있다는 것이다. 소송을 맡은 플로이드 위스너 변호사는 “돈을 위한 소송이 아니라 러시아를 압박해 기르킨을 국제적 심판을 받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말레이시아 정부는 지난 8일 호주, 네덜란드, 벨기에, 우크라이나와 함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여객기 격추 사건과 관련해 혐의가 있는 이들을 국제 재판에 기소하길 요청했지만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러시아의 반대로 무산됐다. 네덜란드의 주도로 다국적 조사팀이 진행 중인 여객기 추락 원인 조사는 올해 말이 시한이다.

정원엽 기자 wannab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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