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제왕국은 동아시아의 폼페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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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지난 13일 충남 부여 정림사지를 찾은 ‘백제역사 유적지구 답사팀’이 정림사지 5층 석탑 앞에서 이해문 세계유산팀장의 설명을 듣고 있다.

‘익산 미륵사지·왕궁리 유적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확정!’ ‘공산성·송산리고분군 세계유산 등재, 우리 공주시민 모두의 자랑입니다’…. 거리 곳곳에 내걸린 축하 현수막은 ‘대백제의 부활’을 알리는 전령사처럼 나부꼈다. 13~14일, 충청남도와 전라북도 문화체육관광국이 마련한 ‘백제역사유적지구 답사’에서 만난 시민들은 자랑과 기대가 뒤섞인 얼굴로 손님을 맞았다.

 11년째 왕궁리 유적과 미륵사지를 지키고 있는 배병선 국립부여문화재연구소장은 “20년째 복원 중인 미륵사지 서탑은 내년에 덧 집을 철거하고 1400년 전 모습으로 재탄생할 것”이라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배소장은 “성왕이 부여에 천도한 때가 538년이니 1500주년이 되는 2038년이면 역사도시의 품격이 완성될 텐데 백제사 교육을 충실히 해야 하는 숙제가 남았다”고 말했다.

 정림사지를 ‘세계 최초로 도시에 지어진 절의 터’라 표현한 이해문 세계유산팀장은 “백제 유적은 땅속에 묻혀 있는 유물이 많고 그만큼 손을 덜 탄 원형이 살아있어 ‘동아시아의 폼페이’라 부를 만하다”며 “모든 발굴 과정을 문화 콘텐트 삼아 관광객에게 보여주는 프로젝트를 개발 중”이라고 했다.

 이날 현장에는 안희정 충남도지사, 송하진 전북도지사, 박경철 익산시장, 오시덕 공주시장, 이용우 부여군수가 동행하며 문화유산의 복원 정비와 관광 활성화 방안을 논의했다. 지난 4일, 독일 본에서 세계유산 등재 발표를 지켜본 안 도지사는 “유네스코 전문위원들이 유적의 상업적 활용을 잘해야 보존 유지가 잘 된다고 조언한 점이 오래 머리에 남았다”고 말했다. 송 도지사는 지역 대표들의 손을 잡으며 “역사 유적을 껴안고 사는 게 힘들어도 이 보물을 후손에게 잘 물려주면 큰 자산이 될 것”이라고 부탁했다.

 허창덕 충남 관광마케팅팀장은 “8월 말까지 백제역사유적지구를 무료 개방하고 다양한 디자인의 공예품을 제작하는 등 지역을 넘어 전 국민의 기쁨으로 전파하는 행사를 이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부여=글·사진 정재숙 문화전문기자 johana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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