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병언 차녀, 가압류 누락된 17억 맨해튼 콘도 처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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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병언 전 회장 차녀 상나씨가 판 뉴욕 맨해튼 소재의 콘도. [사진 위키피디아]

유병언 전 청해진해운 회장의 2남2녀 중 차녀인 상나씨가 지난해 9월 미국 뉴욕 소재의 콘도를 팔아 약 5억원의 시세차익을 남긴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유 전 회장의 채권을 소유한 예금보험공사가 이 부동산에 대한 가압류 조치를 취하지 않아 채권 회수가 사실상 불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 미국에서 활동 중인 폭로전문 블로거인 안치용씨에 따르면 상나씨는 남편으로 보이는 인물과 공동 명의로 2006년 103만5000여 달러(약 12억원)에 구입한 뉴욕 맨해튼의 콘도 한 채를 유 전 회장 시신이 발견된 지 두 달여 후인 지난해 9월 28일 150만 달러(약 17억원)에 팔았다.

  그런데 매각 당시 상나씨는 유 전 회장의 유산 상속을 포기하지 않은 상태였다. 따라서 유 전 회장에 대한 채권을 보유한 예보가 상나씨 소유 콘도에 미리 가입류 조치를 취해뒀더라면 콘도 매각대금을 환수할 수 있었을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유 전 회장의 부인 권윤자씨와 장남 유대균씨는 지난해 10월 법원에 상속 포기를 청구해 올해 2월 인정받았으나 장녀인 섬나씨와 차녀인 상나, 차남인 혁기씨는 상속 포기를 청구하지 않았다. 현행법상 유산은 상속을 받는 게 일반적이라는 점을 고려해 상속인이 사망한 지 3개월 안에 직계가족이 상속 포기를 신청하지 않으면 당연 승계한 걸로 본다. 이에 대해 예보 양건승 해외재산조사팀장은 “예보가 유 전 회장에 대한 채권을 갖고 있는 것이지 자녀 개인에 대한 채권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부채를 상속하지 않는 한 상나씨 재산에 대해 가압류할 근거가 없다”며 “부채가 많아 상속 포기를 할 가능성이 큰 상황에서 가압류를 할 필요성이 없다고 판단했다”고 해명했다. 유 전 회장의 시신이 확인된 시점이 지난해 7월 25일이었고, 맨해튼 콘도를 판 시점이 9월이기 때문에 이후 상속을 포기하면 예보가 재산을 환수할 근거가 없어진다는 설명이다.

 예보는 지난 5월 상나씨의 국내 은닉 재산을 찾아내 압류하기도 했다. 양 팀장은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 위치한 상나씨 단독 명의의 오피스텔을 발견해 압류 조치했다”며 “실거래가 5억원 상당으로, 6월 4일 경매 결정이 나 현재 경매가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김경진 기자 kjin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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