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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라시아 친선특급 열차 출발 … 통일꿈 안고 1만4400㎞ 대장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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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1907년 이준 열사는 네덜란드 헤이그 만국평화회의에 참석해 을사늑약의 무효를 알리기 위해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시베리아 횡단열차에 올랐다.

 이준 열사가 일본의 방해로 뜻을 이루지 못하고 헤이그에서 순국한 지 108년이 되는 14일. 열사의 외증손자인 조근송(60)씨가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타기 위해 블라디보스토크로 떠났다. 조씨는 외교부와 코레일이 공동 주최하는 ‘유라시아 친선특급’ 참가자다. 조씨는 “증조부는 바람 앞의 등불 같던 조국의 위기를 안고 시베리아 횡단열차에 오르셨다”며 “100년이 지나 그 후손들이 통일 한국의 꿈을 안고 횡단열차에 오르게 됐다”고 말했다.

 유라시아 친선특급 참가단이 대장정에 올랐다. 14일 오전 서울역에서 발대식을 갖고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와 중국 베이징으로 출발했다. 19박20일 동안 1만4400㎞를 달리는 여정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영상 메시지를 보내 “이번 대장정은 우리 국민의 통일에 대한 염원과 꿈을 함께 안고 달리는 여정”이라며 “이 꿈은 70년 분단의 역사를 마감하고 광활한 유라시아 대륙과 소통하고 연결해 통일의 미래로, 원대한 미래로, 세계로 나아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친선특급 열차는 블라디보스토크와 베이징에서 출발하는 ‘북선’과 ‘남선’으로 나뉜다. 북선은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베를린까지 1만1900㎞, 남선은 베이징에서 러시아 이르쿠츠크까지 2500㎞ 노선이다. 북선과 남선은 이르쿠츠크에서 합쳐진다. 그곳에서 유라시아 친선특급의 종착지인 베를린으로 이동한 뒤 통일기원 행진과 기념 음악회를 열 계획이다.

 친선특급 참가자들은 정부가 추진하는 유라시아 이니셔티브를 알리는 민간외교 사절단의 역할을 한다. 유라시아 이니셔티브는 유럽·아시아 대륙을 하나의 경제공동체로 묶어 북한의 개방을 유도하는 외교·통일 구상이다. 한국의 철도망을 북한을 통해 시베리아 횡단철도 등과 연결하는 게 주요 사업이다.

 조태용 외교부 1차관은 발대식에서 “친선특급은 유라시아 교류·협력에서 유일하게 단절된 고리로 남아 있는 한반도에 하루빨리 신뢰와 평화의 통로를 구축하고자 하는 간절한 염원을 싣고 출발한다”고 말했다.

 친선특급 참가자들은 국민공모 등을 통해 선발했다. 베를린 올림픽 마라톤 금메달리스트인 고(故) 손기정 선생의 외손자인 이준승(48)씨도 그중 하나다. 이씨는 “외할아버지가 가셨던 길을 다시 갈 생각을 하니 감격스럽다”며 “지금도 베를린 올림픽 경기장에는 외할아버지 함자 옆에 ‘JAPAN’만 새겨져 있는데 ‘KOREA’를 꼭 넣어달라는 말을 베를린에 도착해서 하겠다”고 말했다.

안효성 기자, 왕웨이 인턴기자 hyoz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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