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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자 태풍’만 있었으면 좋겠지만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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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찬수
강찬수 기자 중앙일보 환경전문기자
강찬수
논설위원·환경전문기자

제9호 태풍 ‘찬홈’은 그런대로 ‘효자 태풍’이 될 것 같다. 서해를 따라 북상하면서 강풍 피해는 많지 않았다. 비구름을 몰고 와준 덕분에 메마른 중부 지방의 논밭을 적실 수 있었다. 한강·낙동강 녹조도 한풀 꺾이지 않을까 기대된다. 11호 태풍 ‘낭카’가 일본 규슈를 향하고 있는 게 마음에 걸린다.

 올 들어 북서태평양에서는 태풍이 11개나 발생했다. 7월 말 기준으로 평균 7.6개(1981~2010년 30년간) 발생하던 것과 비교하면 45%나 많다. 한반도에는 8~9월에 태풍이 가장 많이 들이닥친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제 겨우 시작인 셈이다.

 올해 태풍이 많이 발생한 것은 왜일까. 지구온난화 탓일까, 엘니뇨 탓일까. 그렇지 않아도 요즘은 툭하면 기상 상황을 온난화나 엘니뇨와 연결하려는 게 유행이다. 태풍·허리케인 같은 열대 저기압의 발생 빈도와 강도를 온난화와 연결시키려는 연구 역시 수없이 많았고, 덩달아 논란도 이어지고 있다.

 그래도 많은 전문가는 온난화로 인해 지구 기온과 바다 수온이 상승하면 태풍의 강도, 즉 최대 풍속은 더 커질 것이라는 데 동의한다. 태풍의 강도는 바다 표면과 고도 10㎞ 이상의 태풍 상층 사이의 온도 차이에 의해 결정되는데 온난화는 이 온도 차이를 키운다는 것이다.

 반면 태풍 개수 전망은 엇갈린다. 미국 MIT의 케리 이매뉴얼 박사는 전 세계에서 매년 90개 정도 생기는 열대 저기압이 2070년에는 100개를 넘길 것이라는 논문을 2013년 발표해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기상청 국가태풍센터의 강남영 박사는 지난 5월 ‘네이처 기후변화’에 실은 논문에서 태풍 숫자가 줄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30년 동안 세계 해수면의 평균온도는 0.3도 상승했고, 같은 기간 태풍의 최대 풍속은 평균 초속 1.3m 증가했다. 대신 한 해 발생하는 열대 저기압의 숫자는 6.1개 줄었다. 전체 열에너지의 양이 일정한데 강한 태풍이 늘면 그만큼 숫자는 줄어든다는 것이다.

 결론은 효자 태풍이 아니라 엄청난 피해를 가져오는 수퍼 태풍이 늘어난다는 것이다. 온난화를 막기 위해 온실가스를 줄여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질 법도 하다. 하지만 석탄·석유를 태울 때 온실가스와 함께 나오는 미세먼지가 20세기 내내 태풍을 약화시키는 구실을 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태풍 피해 줄이자고 매연을 내버려둘 수는 없는 일이다. 태풍 예보의 정확도를 높이고 강풍·폭우에도 끄떡없는 건물·도로·교량을 짓는 게 우선이다.

강찬수 논설위원·환경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