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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균형 원칙에 '반도체 한국' 흔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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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경기도 화성 반도체 공장의 증설 문제로 삼성전자가 애를 태우고 있다.

5년간 70여조원의 대규모 투자를 하려 하지만 이를 허가해줘야 할 산업자원부가 수도권 집중억제와 지역 균형 발전이란 이슈 때문에 장고(長考)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비해 우리 반도체 산업을 추격 중인 중국은 경제 수도격인 푸둥(浦東)의 중심부에 반도체 단지를 유치하는 등 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지원을 하고 있다.

반도체 전문가들은 "반도체 산업은 대규모 설비투자가 경쟁력을 결정한다"며 "그동안 다른 나라에 비해 한발 빠른 투자로 경쟁력을 확보한 만큼 투자 시기를 놓치면 급격히 무너질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푸둥 반도체 단지=서울의 한강에 해당하는 황푸(黃浦)강 동쪽에 형성된 하이테크 단지로 전체 면적은 2백83만평에 달한다.

반도체.생명공학 단지며, 중국 정부와 상하이시가 공장 설립 등에 관해 거의 규제를 하지 않을 정도로 전폭 지원하고 있다.

이곳엔 독일의 인피니온 반도체, 미국 반도체 장비 업체인 AMT 등 수십개 반도체 회사가 입주해 있다. 단지 반경 10㎞ 내에 있는 중국의 4대 명문 대학인 푸단(復旦)대, 자오퉁(交通)대 등이 있어 우수 인력 활용이 쉽다.

푸둥 금융중심과는 불과 10분 거리며 푸둥 공항과 상하이항도 근접거리다. 두 시간 정도 떨어진 거리에는 가전.LCD 등의 공장이 몰려 있는 쑤저우(蘇州).우시(无錫)가 있어 삼각벨트를 형성하고 있다.

이 단지에는 중국 최대 반도체 업체인 SMIC도 자리잡고 있다. SMIC는 이 단지 안에 공장 부지만 62만평을 확보하고 있다. 여기에 6~7개 반도체 생산라인을 구축 중인데 이 작업이 올해 말까지 모두 끝난다.

이 같은 시설 등을 갖춘 덕에 이 회사는 지난해 인피니온.난야 테크놀로지 등 세계 상위권 반도체 업체로부터 0.13미크론(㎛) 제조 기술을 제공받았다. 0.10미크론 제조기술을 확보한 삼성전자와의 격차를 6개월~1년으로 좁힌 셈이다.

◇삼성전자 기흥.화성 단지=기흥에 43만평, 10개 라인이 가동 중이다. 기흥에서 길 하나 건너면 30만평 규모의 화성단지가 있는데, 현재 생산라인은 두개다.

기흥에서는 D램과 플래시 등 메모리 제품과 ASIC.L-IC 등 비메모리 칩들이 생산되며, 화성은 메모리 전용 단지다. 반도체가 핵심 부품인 디지털 가전.IT제품이 생산되는 수원 공장과도 가깝다.

삼성전자는 기존 30만평 규모의 화성공장에 17만평을 더 확보해 메모리 생산라인 6개를 추가로 갖춰 세계적인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투자 규모는 2010년까지 6백억달러(약 72조원)다. 라인이 완공되면 고용효과는 1만8천명, 수출액은 연간 7백5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삼성전자는 추산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일본 반도체 업체들의 경우 지진피해를 우려해 중앙연구소와 생산라인을 분산했다가 경쟁력을 상실했다"며 "기흥.수원.화성을 삼각 벨트로 묶고 기존 인프라와 연구시설들을 함께 활용할 수 있어 화성이 메모리 증설 단지로 최적"이라고 말했다.

화성공장의 증설이 이뤄지려면 올해 안에 산업집적 활성화 및 공장설립에 관한 법률 시행령과 택지개발촉진법시행령이 손질돼야 한다.

그러나 산업자원부는 삼성전자의 증설을 허용할 경우 정부 스스로 수도권 집중억제 정책을 포기했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다며 고심 중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일단 국가균형발전위원회가 내놓을 '지방균형발전 전략'을 검토한 뒤 이를 바탕으로 증설 허용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최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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