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오전 8시 정각(正刻). 국회 본관에 있는 의원식당에 새정치민주연합 이종걸 원내대표가 먼저와 앉아 있었다. 김상곤 혁신위원장이 주최한 당내 중진 의원들과의 조찬 간담회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원내대표실 관계자는 기자들에게 “이런 것 좀 기사 써줘야 하는 것 아니냐. 정말 약속대로 ‘정각 종걸’이 되지 않았느냐”고 했다. “정각종걸”이라는 말에 취재진이 크게 웃었다.
이 원내대표의 별명은 ‘지각 종걸’이다. 약속 장소에 매번 늦게 나타나면서 생긴 별명이다. 이 때문에 이 원내대표는 자신이 출마했던 3번의 원내대표 경선 때마다 “이제 ‘정각종걸’이 되겠다”는 이색 공약을 해왔다.
잠시후 참석자들이 하나씩 들어왔다. 이 원내대표를 본 변재일 의원이 의아한 표정을 짓더니 한마디를 건넸다.
◆변 의원=“3선이었어? 4선이 여길 왜왔어? 오늘 3선 의원 조찬인데….”
◆이 원내대표=“아….”
이날 조찬모임은 당내 3선 의원들을 대상으로 했다. 이 원내대표는 경기도 안양에서 내리 당선된 4선 의원이다. ‘정각종걸’의 면모를 보이긴 했는데 ‘번지수’가 틀린 셈이다. 이 원내대표는 조찬모임이 끝난뒤 기자들과 만나 “번지수가 잘못됐어. 3선 이상 모임인 줄 알고…”라며 웃었다. 그러면서 “모임에서 말씀을 종합해드렸고 (내 생각을) 잘 말했다. 혁신위가 잘 돼야지 우리당이 산다”고 했다.
그러나 4선인 이 원내대표가 참석하면서 유인태ㆍ노영민ㆍ김우남 의원은 앉을 자리가 없어 한동안 서 있어야 했다.
◆노 의원=“나는 시도당위원장 간담회때 했으니까 (자리 없으면) 그냥 갈래.”
◆유 의원=“3선 의원들이 이렇게 많은데 왜 자리를 이렇게 (적게) 잡았어?”
혁신위원인 우원식 의원은 “혁신위원들이 생각보다 많이 와서 자리가 부족하다”며 보좌진들에게 옆방에서 의자를 더 가져오게 했다. 안민석 의원은 “처음부터 큰 방을 잡았어야지”라며 “최대한 당겨서 앉자”고 했다. 3선 의원들이 다닥다닥 붙어 모두 자리에는 앉았지만, 이번엔 준비된 조찬이 부족했다. 그러자 박지원 의원이 “난 아침 안 먹어도 돼”라며 자신 앞에 있던 조찬을 쟁반채로 옆자리에 있던 박우섭 혁신위원(인천 남구청장)에게 건넸다. 박 위원은 “박 대표님이 제게 아예 밥상을 넘겨주시네요”라며 웃었다.
새정치연합 혁신위는 이날 3번째 혁신안을 발표했다. 강도 높은 혁신안이 나오면서 9일 일부 당원들이 탈당하는 등 내홍으로 이어지고 있다. 김상곤 위원장은 이날 간담회가 끝난뒤 기자들과 만나 “공론화 필요성을 인정하고, 이렇게 간담회나 지역 다니며 원탁토론을 하는 게 공론화 과정”이라고 했다.
이지상 기자 ground@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