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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기의 反 금병매] (68)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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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5면

"독약이라면?"

금련은 그런 생각까지는 해 보지 않았기 때문에 사뭇 긴장이 되어 손에 잡힌 서문경의 물건을 더욱 세게 거머쥐었다.

"비상이라는 독약이 있소. 그걸 약이나 음식에 섞어 먹이면 좀 더 빨리 죽게 될거요. 갑자기 죽게 해서도 안 되고 너무 늦게 죽도록 해서도 안 되니까 내가 정해 주는 양만큼만 섞어 먹이면 적당한 시기에 죽게 될거란 말이오."

"비상이라는 것이 있다는 말은 들었어도 실제로 본 적은 없어요. 그걸 남편에게 먹여야 한다니 가슴이 막 떨리네요."

"이건 그야말로 이 세상 사람 아무도 모르게 해야 되는 일이오. 왕노파도 알아서는 안 되오. 그 할멈이 이 사실을 알았다가는 우리가 어떻게 당할지 몰라요. 돈도 다 뜯기고 결국은 감옥에 가게 될지도 모른단 말이오. 그 할멈은 우리를 위해 주는 척하지만 사실은 운가 놈보다 단수가 더 높아요."

"하긴 그래요. 할멈 때문에 우리가 만나긴 하였지만 할멈은 처음부터 돈을 노리고 우리를 맺어준 거잖아요. 그러니 이제는 할멈도 경계해야 해요."

금련이 몸을 틀어 머리를 서문경의 허벅지 안쪽으로 가져갔다.

"나도 젖꼭지 물래요."

"거기에 어디 젖꼭지가 있소? 젖꼭지는 가슴에 있지."

서문경이 자신의 배 위에 치렁하게 펼쳐진 금련의 머리카락을 한 손으로 부드럽게 쓰다듬어 주었다.

"여기 엄청나게 큰 젖꼭지가 있잖아요. 한참 빨면 젖도 나오고."

"젖이 아니라 꿀이겠지."

"무슨 꿀? 아카시아 꿀, 밤꿀?"

"몸꿀. 후후."

"그거 재미있는 꿀이군요. 몸꿀, 몸꿀, 몸꿀아, 나오라."

금련이 장난스럽게 몸꿀통에 입을 대었다 떼었다 하였다. 서문경이 가볍게 신음을 흘리며 두 다리를 옴지락거렸다.

"그렇게 애간장만 태우지 말고 젖꼭지를 물어줘요. 아흐, 아흐, 깊이 꽉 물어줘요."

"나, 이 젖꼭지 무서워요. 너무 단단하고 커서 물 수가 없어요. 입이 찢어지려고 그래요."

"안 찢어지니까 안심해요. 찢어지면 꿀 바르면 되지."

"꿀이 나와야 바르지. 당신이 내 몸에 꿀 넣어줘요."

금련이 자세를 바꾸어 서문경을 자기 배 위에 얹었다. 서문경이 꿀 넣어줄 준비를 하면서 금련을 내려다보며 말했다.

"내가 당신 남편 보약을 한 제 지어줄 테니까 그 약에 내가 정해 주는 분량만큼 비상을 섞도록 해요. 무슨 약이냐고 하면 가슴 통증을 낫게 하는 약이라고 해요. 명치를 얻어맞아 기침을 자주 하고 기침을 할 때마다 가슴이 찢어질 것처럼 아플 것이오. 가슴 통증을 낫게 해주는 약이라고 하면 아무 의심없이 약을 먹을 것이오."

"손이 떨려 제대로 비상을 섞을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하지만 시키시는 대로 잘 할게요. 그 길만이 우리가 살 길이잖아요."

방문 밖에서 인기척이 나자 금련은 아주 작은 목소리로 소곤거렸다. 그 인기척은 잠시 났다가 다시 잠잠해졌다. 찻집 문을 지키고 있는 왕노파가 안으로 잠깐 들어왔다가 나간 모양이었다.

"빨리 해주세요."

금련이 자기가 서둘러 서문경의 물건을 손으로 잡아 축축한 옥문으로 가져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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