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기온 2도 오르면 공멸 … 온실가스 감축에 달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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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정부가 최근 온실가스를 2030년 배출전망치(BAU) 대비 37%을 줄인다는 국가 감축목표를 확정, 유엔에 제출하면서 산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감축목표가 과도해 경쟁력을 해칠 수 있다며 재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이런 가운데 올 연말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모두 온실가스를 감축해야 하는 ‘신(新)기후체제’ 출범이 예정돼 있다. 온실가스 감축과 관련한 전 세계의 동향을 긴급 점검했다.

 지난달 1~11일 유엔 기후변화협약(UNFCCC)의 부속기구(SBI) 회의가 열린 독일 본 국제컨퍼런스센터. 가장 큰 회의장인 뉴욕홀에서는 선진국들이 2년 마다 제출하는 온실가스 감축 성과 보고서를 놓고 평가·검토 작업이 한창이었다. 독일·영국·일본·러시아 대표단이 보고서 내용을 190여개국 대표단 앞에서 발표하고, 다른 나라가 질문을 던지는 방식이었다. 300여 개의 서면 질문에다 200여 개의 현장 질문이 쏟아졌다.

 일본 대표단의 발표에 대해 브라질 대표는 “에너지 분야에서는 배출량이 오히려 증가했는데 2020년 목표를 어떻게 달성할 것이냐”고 질문을 던졌다. 후쿠시마 사태로 석탄발전이 늘어난 탓이다. 일본 측은 “2020년 목표 달성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고 있다”고 얼버무렸다. 러시아에 대해서도 사우디아라비아 등은 감축 이행 방안이 모호하다는 비판성 질문이 이어졌다.

 회의장에서 만난 아메나 야우볼리 SBI 공동의장은 “감축의무가 있는 선진국 41개국 중 이번 본 회의에서는 24개국이 발표했는데, 인류 역사상 최초로 이뤄진 다자(多者)평가”라고 말했다. 한 나라의 정책을 다른 나라 앞에서 공식 발표하고, 공개적으로 평가를 받는 초유의 상황을 말한 것이다. 개도국으로 분류된 한국은 내년 6월에 발표한다.

 세계 각국은 2020년 이후의 ‘자발적 국가별 기여방안(INDC)’, 즉 감축목표를 제출하고, 국제사회에서 점검을 받으며, 이를 이행해야 한다. 신(新) 기후체제가 출범하는 것이다.

  신 기후체제가 출범하면 유엔은 5년마다 각국의 INDC 이행사항을 검토해서 각국의 감축을 독려하는 수단으로 삼을 방침이다. 각국이 내놓은 감축목표를 다 합쳐도 ‘지구 기온 상승 2도 제한’ 목표에 미흡할 경우 느슨한 감축목표를 제시한 국가는 목표를 다시 설정하라는 압력을 받을 가능성도 크다. 5년마다 ‘온실가스 감축 올림픽’이 열리는 셈이다.

 외교부 최재철 기후변화대사는 “일단 신 기후체제가 출범하면 자발적 감축목표가 아니라 (강제성을 띠는) 국가 감축목표가 된다”고 말했다. 전 세계 국가나 기업이 온실가스 감축에 적극 나서지 않으면 버티기 어려운 상황이 도래하게 되고, 한국도 예외가 아니라는 것이다.

 이 와중에 온실가스 감축에 소극적인 나라에 대해서는 무역제재도 등장할 가능성이 있다. 온실가스를 감축하는 선진국들로 구성된 ‘선진국 기후클럽’이 만들어지고 여기에 들지 못한 국가로부터 수입되는 제품에 일정한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도 제시되고 있다. 국경세(border tax)를 부과하는 방안이 슬금슬금 나오고 있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신 기후체제=올 12월 프랑스 파리에서 열리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 전까지 각국은 2020년 이후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제출해야 한다. 기후변화협약에서 지금까지는 선진국만 온실가스 감축의무를 지고 있으나 2020년 이후에는 개발도상국도 예외없이 감축에 나서야 하는 새로운 체제를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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