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측만·탈선난무한 대입원서 창구|규정지킨 학생만 손해봤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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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85학년도 전기대학입학원서 접수현장은 과거 어느때 보다 치열한 눈치작전과 함께 변칙과 불법이 난무하는 난장판을 방불케했다.
14일하오 마감된 각 대학의 접수창구주변에는 당국의 규제에도 불구, 수많은 수험생들이 지망학과란을 비워둔 백지원서와 복수지원서를 휴대, 마감시간이 임박하자 지원율이 낮은 학과를 찾아 이리뛰고 저리 뛰었으며 일부대학은 이에 편승, 교장직인 없이는 지방학과 정정이 불가능한 원서정정을 허용해 혼란을 부채질했다.
또 대부분의 대학은 마감시간을 지키지 않아 시간을 제대로 지킨 수험생들에게 「불리」를 안겨주는 결과를 빚었고 몇몇대학은 수시로 발표하는 지원상황마저 줄여 발표하는 지원상황마저 줄여발표해 수험생들과 학부모들로부터 항의을 받기도했다.
◇백지원서=서울D고의 정모군 (18·2백84점·2등급)은 서울대접수창구에서 마감시간 l시간전인 하오5시 공란으로 비워둔 지망학과란에 인문대미달학과인 서문과·독문과·불문과를 1, 2, 3지망학과로 즉석에서 기입했다.
서울대의 경우 백지원서를 갖고온 수험생들은 2백80∼2백90점대의 중상위권이 많았으며 특히 지방출신학생과 재수생들이 백지원서를 많이갖고 다녔다.
서울H여고 박모양 (18·2백78점)은 연세대에 백지원서를 들고와 막판까지 기다리다 치의예과에 지원서를 냈다.
당초 의예과를 지원하려던 박양은 마감30분전 의예과는 정원을 넘긴반면 치의예과는 미발되자 즉석에서 빈칸을 치의예과로 메웠다.
눈치작전에는 일부 진학지도 교사들도 발벗고 나섰다.
전북Y고 조모교사 (41)는 하오5시 출입이 통제된 서울대 접수창구에 대리접수를 가장해 들어간뒤 막판까지 눈치를 보다 마감시간5분전에 지원학과를 써넣으라고 함께온 학생 5명에게 지시했다.
◇복수원서=원서를 2장이상 발급하는 학교장은 강력한 인사조치를 취하겠다는 문교부의 경고이것도 불구, 원서를 2장이상 써준 회기가 많았다.
서울대독어교육과와 연세대 경영학과 지원원서를 갖고있던 서울K고 황모군 (17·2백81점)은 하오5시까지 미달된 서울대독어교육과에 원서를 접수시켰다.
이군은 『학교측이 한곳에만 접수한다는 구두약속아래 2개, 심지어 5개의 원서를 써주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 S여고 졸업생 윤모양 (20·2백3점·10등급)은 어머니 이모씨(46)와 함께 중앙대와 외국어대 원서를 들고 눈치를 보다 중앙대는 보성캠퍼스의 접수자가 크게 늘고 있다는 친척의 연락을 받고 외대로 달려가기도 했다.
◇지망학과 정정=대부분의 대학은 지원율을 높이기위해 지방학과를 고칠경우 출신학교장의 직인을 요구하는 당초의 방침을 바꿔 수험생의 도장을 찍어도 원서를 받아주었다.
고려대는 마감1시간전부터 학교장직인 대신 수험생개인도장을 찍은 정정원서도 받아주었다.
송모군 (18·서울W고)은 창구주변에서 소형라디오를 통해 접수현황을 파악하고 있다가 마감직전 지망학과를 사회학과에서 그때까지 미달된 사학과로 고친 뒤 자신의 도장을 찍어 원서를 접수시켰다.
성대도 마찬가지.
학교측은 하오5시이전까지 개인도장으로 지망학과를 고친 학생에 대해 『정정으로 인한 불이익을 당할 경우 감수하겠다』는 각서를 받고 접수시켰으나 마감이 가까워지면서 지원학과를 정정한 수험생이 몰려들자 각서를 받지않고 그대로 접수했다.
◇마감시간=연세대의 경우 하오6시정각에 의대·이공대의 접수창구인 상경대건물의 현관문을 잠갔으나 9분쯤지나 도착한 Y고3년 김모군(19)은 경비원과 시비를 벌이다 결국 출입이허용됐다.
또 연세대 원주 캠퍼스의 창구가 마련된 학생회관에서는 마감시간을 2분넘겨 여러명의 수험생이 현관 대형유리창을 발로 차 깨고 들어가려다 교직원들에게 제지당하기도 했다.
교직원들은 그러나 10분쯤후에 학교장직인문제로 뒤늦게 온 서울D고3년 강모군의 입장을 허용하면서 다른 수험생들도 함께들여보냈다.
고대는 하오6시 마감시간이 넘어서도 넘긴 다수의 수험생들이 모두 접수를 마쳤다.
성대는 하오5시까지 많은 학과가 미달사태를 한꺼번에 몰리자 접수장소의 출입문을 열어놓고 하오8시까지 원서를 받았다.
◇허위발표=마감창구가 눈치수험생과 학부모들로 대혼잡을 빚고있는 가운데 일부대학에서는 접수상황을 크게줄여 발표, 수험생과 학부모들로부터 항의를 받았다.
14일하오1시쯤 의상학과에 원서를 낸 황경희양 (21·혜화여고졸)의 접수번호는 1백77번이었으나 1시간뒤인 하오2시 학교측이 발표한 지원인원은 1백15명으로 62명이나 줄여 발표했다.
또 1시까지 경영학과야간에는 75명이 지원했으나 3시간이지난 하오4시학교측이 발표한 접수인원은 45명 줄어들었다.
학교관계자는 『그래도 우리학교는 덜 심한편』이라고 말했다.
연세대도 지난 12일 하오5시까지의 접수상황을 발표하면서 지원자가7백90명이라고 발표했다가 기자들이 이의를 제기하자 1천명이 늘어난1천9백명으로 정정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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