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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9)서흥 김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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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조선 성리학의 거목 한훤당 김굉필-. 높은 식견과 고매한 인품에도 불구하고 평생의 벼슬은 형조좌랑에 그쳤고 갑자사화에 연루되어 억울하게 숨졌지만 훗날 영의정에 추증되고 문묘에 배향되는 영예를 누린 인물. 그는 서흥김씨가 낳은 조선의 커다란 학자이자 사상가였다.
1454년 (단종2년) 서울 정동에서 출생, 21세때 당대의 석학인 김종직 문하에서 글을 배웠다.
조선 도학의 전통은 길재에 그뿌리를 두고있으나 김종직에 이르러 꽃을 피웠고 김굉필에 의해서 하나의 학파를 구성하게 되었다.
고봉 기대승은 「고봉집삼행상」에서 김굉필을 다음과 같이 평가하고있다.

<김종직 문하서 수학>
『선생은 날마다 소학과 대학을 암솜함으로써 학문의 규범으로 삼고 육경연구에 몰두하여 힘써 성과 경을 유지했다. 존양과 성찰을 학문의 목표로 삼았으며 수신제가치국평천하(수제치평)로 대성인이 되기를 바랐다.
닭이 처음 울면 반드시 일어나 세수를 하고 의관을 정제한 후 꿇어앉아 학자들과 더불어 마음을 다스리는 요년을 강론했다』
남명 조직도 「사우록」에서 『선생은 몸으로써 도학을 창도하여 근세유학의 종이 되었다』고 극찬하고있다.
김굉필에게 있어서 유학은 마음을 수양하고 몸을 가다듬는데 필요한 학문이었다. 그는 유학이 정치의 도구가 되는 것을 거부했다. 유학자의 관료화는 유교본래의 정신을 구현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었다.
조광조·김안국·김정국·이장곤·성세창등 당대의 기라성같은 학자들은 모두 그의 이같은 학풍을 이어받은 수제자들이었다.
김굉필은 무오사화로 김종직 문하의 사림들이 화를 당할 당시 희천에 유배되었고 6년후 갑자사화때 순천으로 이배되었다가 사약을 받고 숨졌다.
사약을 받은 이유는 이른바 연산군의 어머니 윤씨의 폐사에 그가 찬성했다는 것이었다.

<오현 가운데 수현>
그러나 중종반정이후 역적혐의가 풀렸고 광해군때 문묘에 배향되었다. 정여창·조광조·이언적·이황 중에서 맨 우두머리로 배향되었다 하여 「오현의 수현」으로 불린다.
경북 달성군 구지면 도동동35낙동강수면에 고색을 드리운 도동서원은 그를 기리는 사액서원이다.
서흥김씨는 신라의 왕족이다. 시조는 고려중엽의 중낭장 금보-. 그는 신라 경순왕의 넷째아들인 김은세의 후손이었다.
김보의 손자가 원종대의 무장이었던 김천록(찬성사). 그는 원종11년 「삼별초」가 진도에서 반란을 일으키자 김방경과 함께 이를 진압했고 또 충렬왕원년 여-원연합군이 대마도를 정벌할 때도 공을 세워 「서흥부원군」 에 봉해졌다.
본관인 「서흥」은 그가 봉받은 고을이름.
김세구(판도판사)·김봉견(공민왕·대사성)·김선보(판서운관사)등도 고려때 서흥 김문의 얼굴들이다.
김천녹의 고손인 김중건(예조판서·청백리)·김중곤(태조∼세종·예조참의·삼도관찰사)·김중인(세종·절충장군) 등 3형제는 조선 개국 초의 대표적 인물들이다.
이들 3형제 중 둘째인 중곤은 김굉필의 증조부가 된다. 김중곤은 벼슬에서 물러난 후 외가인 경북 달성군 도동동으로 낙향했다. 훗날 그외 증손자 김굉필이 도동동에 터를 잡은 것도 바로 이같은 인연 때문이었다.
세조때 절충장군을 지낸 김유는 김굉필의 아버지다.

<아들과 함께 순국>
선조조의 임난 공신으로 김충수가 있다. 그는 선조25년 죽산에서 의병을 모아 1백여 명의 왜병을 사살한 뒤 종군한 아들 김함과 함께 순국했다.
임진왜란 때 공을 세우고 좌승지에 오른 김응성, 광해군때 석학김대진, 병자호란때 천총으로 출전해 강렬히 전사한 김집, 숙종때 예조정람 김만익, 순조때 사간원정언 김치곤 등도 조선조 서흥 김씨가 배출한 인재들이다.
이밖에 조선의 인물로는 김석희(헌종·성균관사성)·김석보(고종·동부승지)·김기운(고종·사간원정언)·김규화(고종·의김부도사)·김배윤(고종·정언천총)·김병욱(고종·호조참판) 등이 있다.
조선의 문과급제자수는 총11명. 경기도 안성, 경북달성·청도·현풍, 경남 창령·밀양·의령 등지에 밀집해 살고있다.
해방후의 인물에는 김우식(제헌국회의원), 김판영(전 문교부차관·서울시립대학장) ,김달식(서울민사지법원장), 김병국(의박·서울대교수) ,김희철(공박·전미주립대교수·벽산그룹부회장) ,김련(사회학박사·미유타대교수), 김동익(철박·새문안교회목사) ,김인득(벽산그룹회장·한훤당 기념사업회위원장)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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