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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학사가 쏟아져 나온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2월이면 12만여명의 학사가 쏟아져 나온다. 한꺼번에 10만명이상의 학사가 배출되는 것은 우리나라 대학사상 올해가 처음.
이는 지난해의 9만여명에 비해 33%가 늘어난 숫자며 10년전인 75년의 3만3천6백10명과 비교하면 2백57%이상의 팽창이다. 부존자원이 빈약한 나라에서 고급인력자원을 많이 길러낸다는 것은 다행스런 현상이다. 그러나 이들을 흡수할 만큼 경제규모가 성장되어야 하고 사회체제의 발전속도가 이에 비례하지 않으면 안된다.
그렇지 못할 경우 커다란 사회적 충격이 되지 않을 수 없다.
올해는 경제측면에서의 불황이 공교롭게도 때를 같이 하고 있어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대부분의 기업이 지난해 수준이상의 인력채용을 않고있어 적어도 45%에 해당하는 5만5천명 이상의 학사는 일자리를 구할수 없기 때문이다.
지난해의 경우 9만8백88명의 졸업자중 1만9백85명이 대학원 또는 유학등으로 진학했고 1만7백61명이 군에 입대 4만3찬9백7명의 취업자를 포함하면 28%에 해당하는 2만5천2백35명이 일자리를 구하지 못했었다.
순수취업자 4만3천9백7명의 취업분야도 대학졸업자의 영역이라고 할수있는 전문기술직은 2만1천4백63명·행정관리직 4천5백67명등 2만6천30명으로 전체 취업자의 59%에 불과했다. 나머지 41%는 판매·생산등에 종사, 중·고교나 전문대졸업자의 일자리를 뺏은 셈이다.
이같은 현상은 올해로 끝날 문제가 아니라는데 사태의 심각성이 있다. 경제전문가들은 경제총량규모가 매년 7∼8%의 성장을 계속할때 퇴직자까지를 포함, 매년 국내에서 7O만명에게 새로운 일자리를 줄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취업구조는 선진국에 비해 전문기술직이나 행정관리직의 비중이 극히 낮아 이 분야의 소요인력은 4만∼5만명을 넘지 못하고있는 실정이다.
83년기준 총취업자 1천4백50만명중 전문기술직및 행정관리직 종사자수는 6.1%에 불과했다. 사무직이 10.5%, 판매직 15.4%, 서비스직 10·1%, 농어업 29.4%, 생산직 28.4%로 산업구조가 아직도 농업에 비중이 크고 단순기능근로자 중심인 노동집약산업의 범주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70년도에 이미 전문기술및 행정관리직 종사자가 전체취업자의 21%를 넘었고 일본은 75년에 12%를 초과했었다. 물론 우리의 경우도 산업구조는 지속적으로 변화하고 있고 따라서 취업구조도 선진국형에 근접할전망이다.
한국개발연구원의 81년보고에 따르면 91년이면 전문기술직및 행정관리직의 전체취업자 구성비가 10%에 이를것으로 추정했다. 연간 13만명의 공급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같은 전망에도 불구하고 대학졸업자의 공급과잉상태가 80년대말까지는 심각한 양상을 빚게 될 것이란게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대학인구의 급격한 팽창은 대학교육의 질적 저하를 수반, 산업체에서 요구하는 수준과 대학교육결과 수준과의 격차를 벌려 놓았다. 기업체는 어느정도 질적수준이 유지되는 이른바 일류대학졸업자에 집착하게 됐고 「공급과잉」 이라는 풍요속에 「인재빈곤」을 겪고 있는 것이다.
한국개발연구원 박훤구연구위원은 『이번에 배출되는 공학사 3만2천여명은 80년 미국의 7만8천명과 일본의 8만7천명에 비해 경제규모나 산업및 고용구조 면에서 충분하다』면서 『그런데도 기업에서 공학계열부문의 인력부족문제를 심각하게 제기하고 있는 것은 양적인 문제가 아니라 기업에서 원하는 수준의 교육을 받은 인력이 적은 비율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대학인구의 급격한 팽창은 81년부터다. 9만명선의 입학인원이 2배로 늘어났다.
74년19만2천3백8명의 대학생이 10년만인 84년에는 3백52%가 늘어 87만1백70명이 됐고 85년에는 90만명을 넘을 전망이다.
인구 1천명당 대학생수는 22.5명이 되고 이는 미국의 33.6명에 이어 프랑스의 18.4명이나 일본의 15.3명, 서독의 14.8명, 영국의 5.3명보다 훨씬 앞서는 숫자다. 고교졸업자의 진학률로도 미국의 85.3%나 프랑스의 44.9%에는 못미치지만 일본의 28.6%나 서독과 영국의 15%보다는 많은 33.5%에 이른다.
이는 80년의 7.30교육개혁조치와 함께 대학입학을 위한 재수생 누적문제를 해결하기위해 인력수급계획이나 수용능력에 관계없이 입학인원만 무작정 늘려놓은 결과다.
대학문을 향한 혼잡을 피하기위해 터놓은 물꼬가 4년후 졸업자문제로 다시 나타났고 입학을 향한 병목현상은 취업을 위한 또하나의 사회문제를 낳고 있다.
그렇다고 대학인구를 축소하기는 쉽지않다. 입학인원이 늘어난만큼 대학교육 수요도 늘어났기 때문이다. 세계에서 유례를 볼 수 없는 우리의 교육열 때문이다.
한국교육개발원 신세호부원장은 『이제 남은 문제는 대학교육의 질적향상을 통해 창의성을 길러 주는 일』이라면서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대학교육을 받으려는 우리의 교육열은 우리나라가 가진 가장 큰자원』이라고 지적했다.
국민 교육수준의 전반적인 향상은 국민의 의식수준을 크게 개선하고 이로 인한 눈에 보이지 않는 변화가 국가발전의 큰 힘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박훤구연구위원은 『미국이 7O년대까지 지나친 고학력으로 인한 후유증을 그게 앓았지만 국민교육수준의 향상으로 경제사회의 구조변화가 보다 빠르게 진행될수 있었다』며 『미국사회에서 정보화사회로의 이행이라는 제3의혁명이 커다란 사회적 갈등없이 진행될 수 있었던 것은 적령인구의 45%이상이 고등교육을 받아 이들이 사회변화에 보다 잘 적응할수 있었기 때문으로 평가할수 있다』고 했다.
미국의 경우 50년의 고용인구 구성비는 제조업이 65%였으나 79년 제조업은 25%로 줄고 대신 서비스및 정보산업이 75%를 차지했다. 이에비해 고등교육의 춰학률이 20%내외로 대중교육으로 확대되지 못한 유럽제국에서는 경제사회의 구조변화가 미국에 비해 어렵고 이에따르는 사회비용이 크다는 것이다. 대학교육의 대중화가 단기적으로는 춰업난·노동시장의 불균형을 초래하지만 장기적으로는 긍정적 측면으로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문교부 장병규대학국장은 『대학교육 기회확대는 양면성을 갖고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특수분야를 제외하고는 당분간은 현재의 수준에서 크게 늘어나지 않을 것으로 본다』면서 『무엇보다도 지금은 양적으로 확대된 대학교육의 질적 향상이 시급하다』고 질향상에 주력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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