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힐러리 이어 딸도 고액 강연 논란, "분당 120만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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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유력 대선 주자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한번에 2억원을 웃도는 ‘억대 강연’으로 비난을 자초한 데 이어 외동딸인 첼시 클린턴도 ‘분당 120만원짜리’ 고액 강연을 한 게 드러났다.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미주리대는 지난해 2월 교내 여성 명예의 전당 개관식의 강연자로 클린턴 전 장관을 접촉했다. 그러나 클린턴 전 장관 측이 27만5000달러(3억여원)의 거액을 요구하자 대안으로 딸인 첼시를 낙점했다. 첼시 측은 당초 고사하다가 생각을 바꿔 6만 5000달러(7000여만원)를 받고 강연에 나섰다.

WP가 입수한 대학 측의 e-메일 등에 따르면 지난해 2월 24일 첼시의 강연은 연설 10분, 질의응답 20분, 참석 귀빈들과의 사진 촬영 30분 등 총 1시간이었다. 학교 측은 첼시 외에 여성운동가, 유명 여성 방송인 등도 연설자로 검토했는데 이들은 모두 첼시 보다 강연료가 저렴했다. 지난 5월 군사분계선을 북에서 남으로 넘어왔던 국제적인 여성 운동가인 글로리아 스타이넘이 3만 달러(3300여만원)였다. 그럼에도 대학은 첼시를 선택했다. WP가 인용한 e-메일에 따르면 대학 관계자는 “첼시가 적격이었다”며 “지역 사회에 환상적인 신바람을 일으켰다”고 자평했다.

하지만 첼시는 부모의 유명세 외에는 사회적 공로도, 개인적 이력도 없어 논란이 된다. 뉴욕 포스트는 첼시 강연에 대한 트위터 반응을 놓고 “한마디로 요약된다. ‘뭐라고?!’”로 보도했다. 보수 성향의 잡지인 ‘내셔널 리뷰’는 “1분에 1083달러(120여만원) 짜리 강연”이라고 꼬집었다.

첼시 측은 어머니처럼 강연 때처럼 까다로운 요구도 했다. 강연 단상엔 상온의 물을 준비하고, 팔걸이와 등받이가 있는 의자 2개를 배치하도록 했다. 대학 측의 보도 자료도 손봐 빌ㆍ힐러리 클린턴 부부의 딸이라는 문구를 삭제하고 대신 클린턴재단의 부회장이라는 직함을 추가하도록 했다. 소속·직책을 명시한 참석자 명단도 2주 전까지 달라고 요구했고, 취재 언론사도 자기들이 최종 결정한다고 계약서에 명시했다.

◇젭 부시, 200억원대 고액 자산가=이날 젭 부시 전 플로리다 주지사는 지난 33년간의 납세 기록을 공개하고 재산이 1900만(212억여원)∼2200만 달러(246억여원)이라고 밝혔다. 부시 전 주지사가 냈던 소득 대비 실효세율은 30여년간 평균 36%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이는 미국의 상위 1%가 내는 실효세율 33%보다 높다. 이 신문은 부시 전 주지사가 클린턴 전 장관에는 못 미치지만 공화당 후보군 내에선 가장 부자로 보인다고 전했다.

부시 전 주지사의 재산은 2007년 주지사에서 물러난 뒤 급증했다. 연 수입이 2006년 26만 달러(2억9000여만원)에서 2013년 740만 달러(82억9000여만원)로 수직 상승했다. 소득의 주된 원천은 자문업체를 운영해 받은 자문료와, 외부 강연이었다. 국내에선 강연당 4만 달러(4400여만원), 해외에선 7만5000 달러(8400여만원)까지 받았다고 부시 전 지사는 밝혔다. 고액 자산을 공개한 이유는 성실한 고액 납세자 임을 부각하려는 의도라고 미국 언론은 분석했다. 부시 전 주지사는 첼시의 고액 강연에 대해 “나는 첼시보다는 적었다”고 밝혔다.

워싱턴=채병건 특파원 mfemc@joongang.co.kr
사진 설명=첼시 클린턴, 힐러리 클린턴 [사진 중앙포토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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