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당선소감|전연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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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내 어설픈 객기를 받아주던 따뜻한 그대들이여. 바람이 기교적으로 불던 어느 지녁날 나는 자꾸만 시인을 쉬인이라 발음했었고 그대들은 안타까운 모습으로 시인이라고 정정해주었지만 그래도 나는 열심히 쉬인. 드디어 나는 달도 뜨지 않은 골목으로 끌려가 몰매를 맞았고 체육시간에 배운 에어로빅 권법 한번 써보지 못하고 코피를 흘리며 엎드려 오랫동안 울었었지. 내가 시인이라고 정확히 말할 수 있으려면 좀더 겸손하고 더 많이 공부해야 한다고 그대들은 내 등을 두드려주며 말했었지. 쉬인이 아닌 시를 쓰는 시인이라고 말할 수 있을 때까지 그대들이여 더욱 혹독한 채찍으로 매질 해주길.
부족한 글 뽑아주신 심사위원님, 서울예대 문창과 교수님들, 끝까지 격려해주시던 어른들과 아름다운 나의 친구들, 그리고 모든 것을 이해해주신 부모님들께 엎드려 감사드립니다.

<약력> ▲충남아산 출생 ▲수원 영복여고 졸업 ▲서울예술전문대학 문예창작과2년 재학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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