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 마이웨이 … “입장 변화 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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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사퇴 압박을 받고 있는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는 30일에도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원내대표로서 할 일을 했다. 오전 7시25분 서울 개포동 자택 앞에서 그는 “밤 사이 입장 변화가 없느냐”고 묻자 “없다”고 짧게 답한 뒤 차를 타고 국회로 향했다. 오전 9시 열린 당 원내대책회의에 4분 전에 도착해 환한 표정으로 의원들과 악수도 나눴다.

 회의 공개발언 땐 자신의 거취와 관련한 언급이 한 단어도 없었다. 메르스, 제2 연평해전 전사자 예우 문제, 추가경정예산안, 국회법 개정안 재의, 민생법안 처리 등 국회 운영에 관한 언급이 다였다. 이후 원내부대표단과의 티타임에서도 유 원내대표는 “그동안 걱정을 많이 했는데 국회가 정상화돼 다행”이라며 7월 6일 본회의에서 처리할 법안들에 대해 조해진 원내수석부대표와 상의했다고 한다.

 유 원내대표는 1일 열리는 추경 당정협의에 앞서 30일 오후 4시30분 기재부로부터 추경안을 보고받았다. 반면 1일 당정협의에는 불참하기로 했다. 유 원내대표가 불참하고 원유철 정책위의장이 추경 당정협의를 주재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당 내에선 청와대의 뜻이 아니냐는 말이 오갔다. 유 원내대표는 “다른 뜻이 있는 게 아니다”며 “최경환 부총리가 최고·중진 연석회의에도 와서 (추경안을) 보고하도록 조치했다”고 말했다.

 친박계 의원들은 “유 원내대표가 6일 국회 본회의에서 국회법 개정안 재의 문제가 일단락되는 대로 용퇴하지 않겠느냐”며 명예퇴진론을 거론하기도 했다. 하지만 유 원내대표와 가까운 한 의원은 “거취를 결정할 때는 의원들의 뜻을 존중해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4선의 중진인 정병국 의원은 “유 원내대표에게 (사퇴할)시간을 준다는 건 이치에 안 맞는 얘기”라며 “친박계 의원들이 마치 원내대표의 생사여탈권을 쥔 것처럼 행동하는데 국민들도 납득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비박계 의원들은 잇따라 방송 등에 출연해 친박계의 사퇴 압력에 맞서 유 원내대표에게 긍정적인 여론을 형성하는 데 주력했다. 정두언 의원은 라디오 인터뷰에서 “대통령 한마디로 (재신임) 결론을 바꾼다면 이 당은 국민들로부터 웃음거리가 되고 총선도 패배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민식 의원도 “현 시점에서 유 원내대표가 사퇴하는 건 당심과 국민 여론을 거스르는 것”이라고 옹호했다.

 반면 김무성 대표는 당 소속 의원들에게 ‘지금은 나라와 국민을 먼저 생각할 때다. 엄중한 시기인 만큼 자중자애하고 자숙하는 모습이 필요하다. 애당심을 갖고 당분간 언론 인터뷰를 삼가 달라’는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김경희 기자 am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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