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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칸센 열차서 70대 승객 분신 … 2명 숨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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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30일 승객 분신으로 긴급 정지한 일본 신칸센 열차에서 부상 승객이 들것에 실려 나오고 있다. 이날 사고로 분신한 70대 남자 승객을 포함해 2명이 숨지고 26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오다와라 AP=뉴시스]

30일 오전 시속 270㎞로 달리던 일본 신칸센 열차 안에서 승객 분신 사고로 불이 나 2명이 숨지고 26명이 부상했다.

이날 오전 11시30분쯤 도카이도(東海道) 신칸센 노조미 225호가 가나가와(神奈川)현 오다와라(小田原)시 부근을 달리던 중 선두 1호차에서 남자 승객이 기름을 자신의 몸과 주변에 붓고 라이터로 불을 붙였다. 이 바람에 이 남성과 여성 승객 1명이 숨지고, 승객 26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이 남자 승객은 71세 남자의 운전면허증 복사본을 소지하고 있었다. 오전 11시 도쿄역을 떠나 신오사카역로 가던 차량에는 승객 1000명 가량 타고 있었으며, 불은 승무원에 의해 진압됐다. 차량은 불이 나자 비상 버튼이 눌러지면서 긴급 정차했다.

 NHK에 따르면 숨진 남성은 분신 직전 1호차에 타고 있던 60대 여성에게 다가가 “주운 돈이기 때문에 주겠다”고 얘기를 건넨 뒤 좌석 테이블에 천엔짜리 지폐 몇장을 올려놓았다. 이에 이 여성이 “필요없다”고 하자 객실 통로를 왔다 갔다 하다가 몸에 흰 폴리에틸렌 용기에 담긴 액체를 부었다. 이 여성은 “그만두라”고 남성을 말렸다. 그러나 “당신도 위험하니 도망가라”는 이 남성의 경고에 뒷쪽 차량으로 피해 화를 면했다. 

 열차는 불이 난 후 가나가와현 산간부 터널을 지난 지점에서 정차했다. 이후 열차를 벗어나려는 승객들로 객차 안은 패닉 상태가 됐다고 한다. 정차와 동시에 객실 문이 열리면서 승객이 들것으로 실려나가는 장면도 목격됐고, 언론사 헬리콥터가 상공에서 이런 상황을 실시간으로 중계했다. 민간방송 영상에는 선두 차량을 흰 연기가 뒤덮어 차량 뒤쪽으로 빠져나가려는 승객들로 혼란스런 모습도 보였다. 어린이를 껴안은 승객이 기침을 하면서 피난하기도 했다.

 10호차에 타고 있다가 열차가 멈춘 뒤 1호차로 간 48세 남성은 “승객들로부터 ‘가솔린이 바닥에 뿌려져 불이 났다’ ‘뜨겁다’ ‘도와달라’ ‘어린 아이만이라도’라는 비명이 흘러나왔다”고 전했다. 사고 소식은 승객들 트위터를 통해서도 실시간으로 전해졌다. “죽는다고 생각했다. 신칸센을 탔더니 눈앞이 화재. 연기를 헤치고 빠져나왔다” “상의 주머니가 불에 탔다” 등 당시의 위급했던 상황이 속속 올라왔다.

 JR도카이도센은 사고가 난 차량에는 스프링클러가 설치돼 있지 않았으며, 차량 내 시설은 연소하기 어려운 소재를 사용해 불이 다른 객실로 번질 우려는 없다고 전했다. NHK방송은 “현행 철도영업법은 휘발유와 등유 같은 인화물질의 열차 내 반입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다”며 “다만 승객들의 불편을 감안해 항공사들과 같은 수하물검사는 도입하지 않고 있다”고 보도했다. 도카이도 신칸센은 이날 오후 2시9분 운전을 재개했다.

 ◆유로스타는 탑승 전 소지품 검사=열차 테러와 방화 등을 우려해 탑승전 소지품 검사를 하고 있는 나라도 있다. 영국과 유럽대륙을 잇는 고속철도 유로스타의 경우 전용게이트를 설치, 모든 승객과 수하물에 대한 안전검사를 실시하고 있다. 특히 금속탐지기를 통과시켜 중화기와 폭탄·폭발물 등의 열차 반입을 차단하고 있다. 인도에서는 지난 2006년7월 서부 뭄바이에서 7건의 열차 폭발테러가 잇달아 발생, 180여 명이 사망했다. 이후 인도 경찰당국은 수도 뉴델리의 모든 지하철역에 무장경찰과 금속탐지기를 배치했다. 중국에서도 고속철도에 탑승하는 승객의 수하물 검사를 실시하고 있다.

  도쿄=오영환 특파원, 서울=서유진 기자

hwas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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