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몽의 84년이여 안녕" …「탁구의 여왕」 양영자 "새해엔 꼭 재기 할 거예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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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28일하오 서울대병원에서 혈액검사를 마치고 나온 양영자는 세모 영하의 밤거리를 오래도록 걸어다녔다.
텅 빈 합숙소에 일찍 들어가는 것도 싫었지만 꼭 막힌 듯 답답한 가슴에 찬 공기라도 쐬고 싶었기 때문이다.
84년은 양영자에겐 악몽의 한해였다.
파키스탄 아시아선수권대회 및 종합선수권 대회에서의 연이은 참패는 스무살 처녀가 감당하기엔 너무도 큰 시련이었다.
세밑에 양영자의 소원은 단 한가지. 새해엔 악운을 떨쳐 버리고 다시 일어서고 싶다는 것.
마음만 앞설 뿐 몸이 따라 주지 않는 안타까움속에 84년이 저물었다.
지난 26일 발표된 국가 대표 상비군 20명 속엔 양영자도 끼었다. 세계선수권대회(85년 3월·스웨덴) 엔트리는 남자 5명, 여자 4명이지만 양영자는 엔트리에는 구애받지 않는다.
세계랭킹 10위까지는 엔트리에 포함시키지 않는 규정에 따라 랭킹 4위의 양은 다른 선수를 밀어내지 않고도 낄 수 있다.
따라서 세계선수권대회의 출전은 거의 확실하지만 주전으로의 기용 여부는 미지수.
간염은 오랫동안 안정이 필요하다.
그러나 양이 빠질 경우 그 공백을 메워 줄 선수가 없다는 것이 한국탁구계의 안타까운 현실이다.
역시 간염을 앓고 있는 이계선은 이번 선발에서 탈락했지만 양에겐 아직 미련이 남아있다.
간염은 입원한다 해서 꼭 낫는 법도 아니다. 양은 새해들어 검사 결과가 좋게 나와 1∼2시간씩이라도 연습할 수 있기를 갈망한다.
3개월 밖에 남지 않은 세계선수권대회를 앞둔 그의 마음은 초조하기만하다.
양은 내년에 대학에 갈 예정이다. 야간부에 들어가 운동과 공부를 병행할 생각이다. 세계선수권 이후에는 당분간 힘든 훈련은 않고 쉬기로 소속팀과 약속도 되어 있다.
불운의 84년을 보내는 양은 85년에는 다시 건강을 회복,「탁구의 여왕」자리에 돌아갈 수 있기를 빌고 있다.

<김동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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