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울산계모 학대 방치한 친부도 아이 위자료 상속권 있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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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3년 울산 계모사건으로 숨진 A양의 친부 이모(47)씨와 계모 박모(41)씨에게 법원이 각각 8000만원의 위자료를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계모 박씨는 항소심에서 살인죄가 인정돼 징역 18년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며, 친부 이씨도 “학대 사실을 알고도 방치했다”는 이유로 징역 3년을 선고받고 현재 수감 생활을 하고 있다.

서울동부지법 민사15부(부장 김종문)는 이씨와 박씨가 숨진 A양에게 1억원, 친모 S씨에게 3000만원을 각각 지급할 책임이 있다고 봤다. 지난해 친모 S씨가 제기한 1억5000만원 손해배상의 책임을 대부분 인정한 것이다.

쟁점은 학대사실을 알고도 방치한 혐의로 복역 중인 친부 이씨에게도 친모 S씨와 동등한 상속권을 인정할 것인지의 여부였다. S씨 측은 “사망에 책임이 있는 이씨가 상속인이라는 이유로 손해배상금에 대한 권리가 있다고 주장하는 것은 권리 남용”이라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이씨가 상속권이 있다고 봤다. 불법 행위 책임이 있는 가해자라도 원칙적으로 손해배상 채권을 상속할 수 있다는 지난 2005년 대법원 판례를 인용한 것이다. 이에 따라 S씨는 A양 몫 1억원 가운데 절반인 5000만원과 자기 몫인 3000만원을 더해 8000만원만 이씨와 박씨로부터 각각 돌려받게 된다.

재판부는 “친부 이씨가 사망에 대해 행위 책임을 부담하기는 하지만 과실에 의한 방조자로서 지는 책임인 점 등을 감안했다”며 “이씨가 A양에 대한 손해배상금액 1억원 가운데 절반에 대해 상속을 주장하는 것이 권리 남용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결 이유를 밝혔다. S씨의 변호인 측은 항소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한영익 기자 hany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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