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발끈 매고 있다"…"공몰듯 표 몬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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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올해도 정가에는 「말」이 많았다. 선거가 임박한 탓인지 험한 말,독한 말도 많았고 두차례 해금으로 말의 인구도 늘었다. 말을 따라 올해의 정치기복을 엮어본다.
○…전두환대통령은 올해 기회있을때마다 공정선거를 강조했다.
지난 8월20일 여름철회견에서는 『나는 집권당의 총재로서 당의 의석보다는,선거업무를 책임지고있는 정부의 대표로서 선거의 공명을 최우선의 목표로 삼을것』이라고 천명.
또 9월26일 대전에서는『과거 정부는 선거때 선심행정을 펴거나 법위반자에대한 처벌도 법대로 하지않았던 사례가 많았지만 제5공화국정부는 선거가 있다해서 선심을 쓰거나 인기정책을 추구하지는 않겠다』고 피력.또 12월18일 국회개회리셉션에 참석,『12대선거는 축제분위기속에서 치러져야 한다』고 역설.
○…전대통령은 지난 9월6∼8일 일본을 방문하면서『…이웃에 빗장을 걸어두고「세계속의 한국」을 이룩할수는 없다』고 했다. 또 일본도착성명에서는 『흔히 한일관계를 「가깝고도 먼 사이」라고 하지만 멀었던 부분은 흘러가는 뗏목에 실어보내고 「가깝고 또 가까운」한일관계를 펼쳐나가기 위해 이곳에 왔다』고 선언.
「히로히또」일황은 전대통령을 맞아 『기원 6,7세기에 다수 귀국인이 도래하여 우리나라사람들에게 학문·기술·문화를 가르쳤다는 중요한 사실이 있읍니다…. 금세기의 한시기에 있어 양국간에 불행한 과거가 있었던것은 진심으로 유감스러운 일로서 다시 되풀이되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고 공식사과를 했다.
○…전대통령은 6월7일 한국일보 창간30주년 기념회견에서 이렇게 술회했다. 『누구나 자기가 진 짐이 가장 무겁다고 느끼겠지만 지난 3년10개월동안 내가 진 짐이야말로 가장 무겁지 않았나 느껴집니다. 돌이켜보면 높은 벼랑에 섰듯, 얇은 얼음을 디디듯이보낸 세월이었읍니다.』
○…9월 정기국회에서 많은 의원들이 신어를 내놓거나 신랄한 표현을 많이썼다.
김영광의원 (국민)은 본회의대정부질문에서『겸직제도의 폐습이 두드러져 국회의원은 없고 「국회회원」만 있고 정책국회라는 이름아래 정치를 포기한 「저당국회」였으며 능률을빙자해 원칙을 사장시킨 「안일국회」였다』고 비판.
○…권익현 민정당대표위원이 대표연설에서 『평화적 정권교체에 관한 국민들의 「심정적 확신」이 구체적 사실에 의해 「객관적 확신」으로 정착될수 있도록 보다 「가시적 노력」을 기울여 나가겠다』고 밝힌이래 정가에서는「가시적 노력」의 정체가 화제가 됐다.
정당간의 정권교체가 진정한 정권교체라는 야당주장이 나오자 윤구헌 민정당사무차장은 교육공무원연수원강의를 통해 『「카터」에서 「레이건」으로 바뀌는 것뿐아니라「드골」에서 「퐁피두」로 바뀌는것도 정권교체』라며 『같은 정당내의 교체도 평화적 정권교체』라고 반박.
9월부터 본격화된 민정당의 지구당개편대회에도 이른바 「평화적 교체」라는 말이 유행해 현역의원의 자퇴·용터;·강퇴케이스가 속출.
중앙당의 뜻을 순순히 받아들여 위원장을 내놓은 지구는 「양반지구」로 불려졌으나 서울 동작과 같이 끝까지 말썽이 있었던 지역은 「난청지구」로 명명되기도했다.
○…지방자치제를 다룬 7월 임시국회 내무위에서 여야는 한때 「밥」논쟁.
야당의 지자제조기실시주장에 현경대의원(민정) 이 『뜸도 들지 안흔밥을 먹자는격』이라고 하자 이영준의원(민한) 은 『뜸을 너무 들여 밥이 달 정도』라고 했고,이성일의원(국민)은 『민정당은 불도 때지않고 밥짓는 시늉만 한다』고 공격.
○…예비역대장출신의 문형태씨가 예비역 중장출신의 정내혁민정당대표위원의 축재사실을 투서해 세상이 시끄럽게 되자 이관형의원 (민한)은 국회 법사위에서 『정·문씨 사건은 「별들의 전쟁」이다』고 말해 한때 유행어가 됐다.
곽정출의원(민정)조차 『우리당에 부자가 너무 많다』며 『헐벗고 굶주린 사람이 우리당에 줄을 이어야한다』고강조.
○…2월25일 2차해금이 단행된후 구신민당의원들의 당직·공천보장 문제를 놓고 입당교섭이 난항하자 미해금재야인사들은 2차해금자들에게『민한당에 가는것은 북송선을 타는것』이라고 만류. 그러나 전직의원 20명은 『민한당입당은 「최야의 차선임을 확신한다』(황낙주씨)며 입당.
이들의 입당으로 몇몇 현역의원들이 공천에 위협을 받게되자 『입당자중에는 민한당에 폭언을한 사람도 있고, 낮에는 야당, 밤에는 여당을 한 정상배도 있으니 개별심사하자』(임재정 의원) 는등 역풍이 일기도 했다.
국민당의 김종필총재는 신형식씨의 국민당 「접수설」이나돌자 『해금인사가 없다고 우리당이 굶느냐』며 후삼자는 지난3년간 당을 이끌어온 선참자들에게 예의도 갖출줄 알아야한다』고 공격.
○…3차해금이 임박할 무렵 신당얘기가 구체적으로 나오기 시작했다.
구정치인들의 회동이 잦아지면서 이철승씨는 『해금에 대비해 운동화끈을 매고있다』고 신당준비를 시인했고, 김수한씨는 『오리 물젓듯 웅직이고 있다』고 실토.
이들의 부상과 함께 「소석(이철승씨 아호)배척론」이 나오자 이씨는 『누구는 되고, 안된다는것은 또하나의 정치규제』라고 반발.
김영삼-이철승회담은 신당의 단일화를 촉진했고 두사람은 12대총선을 「동토의 선거」라고 규정.
구신민당최고위원들은 일선에 나서지말고 「병풍역할」을 해야한다는 말도 많이나왔다.
현역의원 10명의 민한당탈당사태가 터지자 큰층격을 받은 민한당의 유치송총재는『제1야당을 파괴하려는 모측의 음모』라 했고 『지도력부족을 자탄한다』(이태구부총재)『우리시대의 비극』(손세일의원)이라는등 한때 의기소침의 분위기.
탈당수습책을 세우면서 조윤형씨는 노골적으로 『내 얼굴을 이용하라』며 「얼굴마담론」을 전개.
○…올해에도 민한·국민당간에는 티격태격이 잦았다.
5월30일 3당대표 회동에서 논의된 선거법협상창구의 해석이 서로 다르자 유치송민한당총재는 김종철국민당총재의 말을 『술취한 소리』라 했고 김총츙재는 『유총재를 왕사꾸라』라고 반격,한동안 서로 불화.
또 김총재는 10월8일 대전중구지구당 개편대회에서 민한당을 『구시대보다 더 좋지못한 법률을 만든 입법회의에 참여한 인사들이 만든 정당』이라고 매도.
이말은 많은 민한당의원을 자극했고, 이윽고 이원범의원이 김총재를 『일제때 고등계형사를 했던 사람이 선거철을 맞아 보조여당의 한계앞에 발버둥치고 있다』고 인신공격.
그러자 국민당은 이의원을 고발하겠다고 나섰고 「고등계형사」가 사실무근으로 밝혀지자 민한당측은 이의원을 김총재에게 보내 사과시키고 유총재도 김총재에게『미안하다』고 전화.
○…민정당이 지방 유력인사를 지역협의회에 끌어들이는 사태에 야당이 발끈.
김종철 국민당총재는 『축구공을 몰고가듯 표를 몰아가겠다는 발상』이라고 주장했고, 민한당의 박완규의원은『궁극적으로 대만의 국민당을 따라가는것』이라고 비난.
이에대해 이종찬민정층무는 『야당주장은 공화당식 발상이다. 이사람 저사람 다빼면 정당은 백수건달이 하는거냐』고 반박.
한편 대구택시시위·동두천군인난동사건·병든 소사건등이 잇달아 터지자 정내혁민정당대표위원은 『선거를 앞두고 표떨어지는 소리가 우수수하다』고 한탄했는테 얼마후 자기사건으로 다른 사람들이 같은 소리를 연발. <정치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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