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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절약, 오수 재활용 … 쾌적한 진료 환경 만들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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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 강일구

미세먼지·폐수·중금속·배기가스…. 환경오염 물질은 건강의 최대 악재다. 고온 현상은 심장병 위험을 높이고, 공기 중 유해물질은 호흡기·피부질환의 주범이다. 병원은 유해환경에 노출된 환자를 치료하는 곳이다. 그러나 정작 병원이 환경을 병들게 하기도 한다. 치료를 위해 다량의 의료소모품과 에너지·용수를 쓰기 때문이다. 이런 병원들이 최근 에너지 절약, 폐기물 관리 같은 환경경영에 눈을 떴다. 병원이 안전해야 환자의 건강을 지킬 수 있다는 인식에서다. 병원과 환자, 환경 모두를 건강하게 만드는 ‘친환경 병원’을 조명한다.

하루 평균 병원을 찾는 외래환자 수는 300만 명. 병원은 환자의 치료와 건강 유지를 위해 24시간 운영된다. 에너지 소비가 많은 의료장비를 온종일 가동하고, 각종 병원균에 노출된 폐기물을 쏟아낸다.

병원, 에너지·물 소비량 엄청나

2011~2012년 서울 소재 20개 병원의 평균 에너지 소비량은 무려 1만819TOE(원유 1t에서 발생하는 에너지, 1TOE=1000만kcal). 이는 같은 기간 대학·호텔·백화점·대기업에서 사용한 양보다 많은 수치다. 전국의 의료폐기물 발생량은 2007년 8만2634t, 2009년 12만2352t, 2011년 12만5421t, 2013년 15만4719t으로 매년 증가세다. 연간 병상당 사용 용수도 230~1100t에 이른다.

한국친환경병원학회 신동천(연세대 의대) 회장은 “병원은 막대한 양의 자원을 소비하고 폐기물을 배출하는 건물”이라며 “이를 효율적으로 관리한다면 환자에게 환경친화적인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탄소 배출 줄이고 수은 없애기 운동

친환경 병원을 위한 노력은 환경경영체제 구축, 자원과 에너지 절약, 온실가스 배출 최소화, 녹지공간 조성, 친환경 제품 구매 등 다양하다. 선진국에서는 일찍부터 이런 친환경 병원 문화가 뿌리내렸다. 미국 10대 종합병원인 UCSF 메디컬센터가 대표적이다. 이 센터는 대학 캠퍼스, 지역사회와 네트워크를 이루며 환경경영을 실천 중이다. 예컨대 병원이 주도적으로 지역사회의 수은 없애기 운동을 펼치는 식이다. 가정에서 쓰는 온도계를 병원에 가져오면 무료로 무수은 온도계로 바꿔준다. 또 ‘탄소배출 제로’를 위해 전기자동차를 임대해 병원과 캠퍼스에서 사용한다.

미국의 밀스 페닌슐라 메디컬센터 역시 환경경영에 적극적이다. 이곳의 공기순환시스템은 특별하다. 대다수 병원이 원내 공기를 재사용하지만 여기는 모두 외부 공기를 활용한다. 실내 공기 청정도가 향상될 뿐만 아니라 냉각타워를 설치할 필요가 없어 에너지가 절약된다.

한국병원경영연구원 이용균 연구실장은 “친환경 병원은 에너지 절감 효과 외에 투약 오류 감소, 환자 통증 감소 효과, 환자 재원일수·회복기간 단축 효과가 있는 것으로 보고된다”며 “주요 선진국 병원들이 자원의 효율적·환경친화적 이용에 주목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에너지 사용량 실시간 모니터링

최근 국내 병원계에도 녹색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환경부·한국환경산업기술원이 의료 분야 환경경영 확산에 본격적으로 나서면서다. 환경경영을 선포한 연세의료원은 온실가스 배출량, 전기 및 가스에너지 사용량을 실시간 모니터링해 오고 있다. 이를 토대로 단계적 전략을 세워 실천한 결과, 온실가스 배출 평균 증가율이 5.70%(2007~2010년)에서 1.32%(2011~2012년)로 감소했다.

울산대병원도 환경경영을 실천 중이다. 멸균소독시스템을 개선한 게 대표 사례다. 울산대병원은 의료장비를 소독하는 데 사용한 냉각수를 버리지 않는다. 20t 탱크에 냉각수를 모으고 필터로 이물질을 거른 후 재공급한다. 이런 재순환 방식으로 연간 2200만원의 비용을 절감했다. 원내 정수기에 설치한 절전 타이머를 통해서도 절감 효과를 봤다. 울산대병원 시설팀 김진호 과장은 “한 대당 전기 사용량이 타이머 설치 전에 비해 46%나 감소했다”며 “환경경영은 환경 보호와 비용 절감에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글=김선영 기자 kim.sunyeong@joongang.co.kr, 일러스트= 강일구

[미니 인터뷰] 신동천(연세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 한국친환경병원학회장
“친환경 병원 목적은 의료서비스 질 향상”

친환경 병원은 거스를 수 없는 세계적 흐름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아직 시작 단계다. 신동천(사진) 한국친환경병원학회장에게 한국식 환경경영 전략에 대해 들었다.

Q. 국내 병원계에 환경경영이 정착하려면.

A. 친환경 병원이 병원과 환자 모두에게 이익이라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환자에게는 쾌적한 치료 환경과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병원은 에너지 절약으로 비용 절감 효과를 얻는다.

Q. 친환경 병원을 위한 초기 실천 전략은.

A. 병원은 당장 진행할 수 있는 일부터 관심을 가져야 한다. 환경친화적인 활동이 대체에너지 활용, 친환경 건축·설비 같은 큰 사업만 있는 게 아니다. 내부 캠페인으로도 얼마든지 에너지를 절감할 수 있다.

Q. 친환경 병원을 통해 환자가 얻는 혜택은.

A. 병원은 환자가 머무르는 공간이다. 병원에서 사용하는 각종 용품을 친환경 제품으로 바꾸면 환자는 보다 쾌적한 환경에서 치료받게 된다. 친환경 병원은 환자의 예후나 회복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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