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프로복식 "가짜"소동|곪아터진 환부…「활성화」계기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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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인생은 노력으로만 되는 것이 아니다. 운이 따라야한다』
한국 프로복싱의 대부 전호연 (68) 씨는 이같은 말을 남긴채 지난 9월17일 구속됐다.
링계는 물론 사회에 큰파문을 던졌던 가짜 도전자사건은 극동프러모tus 전호연회장 및 가짜도전자「카라바요·플로레스」와「알만도·토레스」매니저등이 구속됨으로써 일단락 됐으나 후유증은 엄청났다.
야구·축구·씨름등의 프로팀이 출범하면서 상대적으로 위축되기 시작한 프로복싱은 가짜도전자 해프닝으로 마치 원자폭탄을 맞은양 쑥밭이 되고 말았다.
이 해프닝은 9윌7일부터 시작됐다. 이날 밤 전북 정주 실내체육관에선 IBF (국제권투연맹) 플라이급챔피언 권순천이 콤롬비아의 도전자「알베르토·카스트로」와 3차방어전을 벌여 12회KO승을 거뒀다. 그러나 4일후 보고타발 외신은 한국에 원정간「카스트로」는 가짜이며 진짜는 파나마에서 확약하고 있다고 전함으로써 링계를 발칵 뒤집어 놓았다.
당초부터「카스트로」는 여권기재이름이「카라바요·플로레스」였으나「알베르토·카스트로」는 링네임이라고 주장, 석연찮은 가운데 타이틀매치가 거행됐다.
이 사건의 파문이 더욱 커지자 검찰 지휘아래 경찰이 수사에 착수한끝에 결국 관련자들의 구속으로 확대됐다. 김회장은 자신도 가짜에 속았다고 고소를 제기하기도 했었다
가짜도전자소동의 후유증은 국내프로복싱의 전체적인 침체라는 현상으로 나타났다. 사건이 터졌을때『드디어 올것이 왔구나』라고 말하는 권투인들이 많았다. 국내 프로복싱은 전적으로 TV중계료에 의존해왔다. 따라서 KBS·MBC 양TV의 경쟁적인 중계로 수요를 충당시키기 어려운 프러모터들은 동남아의 한물간 복서들을 마구잡이로 불러들였었다.
이같은 와중에 가짜 복서들이 국내링에 여러차례 섰다는 사실이 뒤늦게 밝혀지기도 했다.
가짜도전자사건의 여파로 국내 프로복싱을 총괄하는 한국권투위원회 (KBC)도 수술대에 올라 7년동안 군림해온 양정규회장이 도의적 책임을 지고 사퇴, 정남 국회의원이 그 뒤를 이어 받았다.
또 가짜 도전자「플로레스」가 소속한 IBF (국제권투연맹) 는 WBA·WBC에 비해 권위가 떨어져 국내 TV사도 중계를 꺼리게됐다.
이결과 IBF는 더욱 위축, 국내복서가 보유하고있는 플라이급에 이어 주니어밴텀급(전주도), 주니어페더급(오민근), 슈퍼미들급(박종팔) 등이 12월에 벌일 예정이던 타이틀매치를 내년으로 모두 연기하기도 했다.
전호연씨는 1심에서 1년선고를 받고 고등법원에 항소중이다. 전회장은 지병인 고혈압으로 성동구치소 병동에서 겨울을 보내고있다. 「플로레스」선수와「토레스」매니저는 이미 출감, 본국으로 떠났다. <이민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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